1.

문래예술공장이라는 곳을 가서 옵신 전시를 봤다.

전시는 암전된 공간에 들어가 도슨트가 안내하는 빛을 따라 하나씩 체험하는 형식이었다.

빛이 전혀 없는 공간에서 감각이 얼마나 예민해지는지 새삼 느꼈고

뷰 마스터, OHP 필름, 등사기 등의 시대에 밀려난 도구들과의 만남이 흥미로웠다.

심지어 중간에 펼쳐주었던 책도 이젠 같은 운명인 듯 하고.

희귀 개체가 된 고래(내용)와 사라진 미디어(형식)의 병치는 의도적이었을까?

 

2.

뷰 마스터는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어릴 적 느꼈던 신기함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되었다.

VR이나 극장의 3D 글래스 보다 더욱 생생하달까.

 

3.

드디어 우래옥을 가보았다.

냉면 맛있었는데, 그냥 기존에 가던 곳들과 아주 다른 차이점은 없었다.

오히려 계란이 없어서 서운.

기대가 컸던 불고기는 다소 실망.

불 조절도 어렵고, 가격에 비해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4.

오전에 병원도 가고,

카푸치노도 먹고,

맨 정신에 택시도 타고,

무엇보다 지근거리의 bar, 그것도 10시 이후 영업 재개의 기쁨을 한껏 나눌 수 있는 유혹을 털어냈다.

대견한 하루.

 

5.

대신 Alva Noto의 LP를 세 개나 주문해서 경제적으로는 패배.

 

6.

귀갓길에 을지로 써밋타워 로비에서 요즘 유행하는 미디어 작품을 보았다.

들고 나간 책도 키틀러의 [광학적 미디어]인데

가히 오늘은 미디어의 날이로군.

 

1.

정신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과음은 좋지 않다.

아니. 적당히 마시는 법을 모르니 술 자체가 해롭겠다.

취중에 큰 실수를 하기 전에, 작은 실수들로 울리는 경종에 귀 기울이자.

 

2.

아니나다를까, 하루 뒤 뉴스에 K 연예인의 웃지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본인도 과음으로 인한 실수라 사과문을 썼는데,

그보다는 덜 쪽팔리지만, 아무튼 부끄러움은 갖자.

 

3.

부쩍 부정맥이 심해졌다.

몸 챙길 때.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언젠가 반 쯤은 덮어지니까.

스스로를 비련의 주인공으로 가여워하는 짓까지는 하지 말자.

아무렇지 않게.

 

* 11월 14일의 기록

금요일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역시 과음이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이전에도 한 번 한 것 같은데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결국 후회했던 것 같고.

그럼에도 당장의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어 또 계정을 비활성화시켰다.

 

팔로워가 적었다면 차라리 나았을까?

요즘은 뭘 적어도 반응이 없다.

트위터 초창기에는 친구들 사귀려고 한 건데

이러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나?

 

모든 게 부질없다.

 

아니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까.

답이 없고, 마냥 고립된 기분인데

이게 시대에 맞지 않는 투정인 것인지

아니면 정말 나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문제적 한 명인 것인지

그걸 도무지 모르겠다.

다랑어. 계란노른자소스.
잿방어. 연어알.
쥐치. 쥐치 간 소스. 시소.
도화새우. 북방조개. 문어.
전복
배불러서 결국 다 못 마신 맥주
차완무시. 게살. 트러플. 고르곤졸라 치즈.
연근칩. 아귀 간.
조개다시 스이모노
도미
시마아지
카스고
아카미 즈케
전갱이
아카미와 주도로의 사이
오도로
한치
잿방어
우니섞은 밥. 대구 시라코. 연어알.
보리새우
간뾰마끼. 참치마끼.
연어알
대구 튀김
장어
계란
마카다미아 아이스크림. 계란 과자 가루.

가계부의 통계를 보니 9월 지출의 80%가 술값이다.

그 술값의 80%가 bar in house에서 인생 최대 플렉스를 한 것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니 후회는 없다.

 

문제는 그렇게 마신 날 집에서 혼자 마신 술이다.

금액과 시간의 리미트가 없으니 계속 신나게 마시고 트위터에서 주절거렸다.

근데 그게 좀 많이 후회된다.

 

이후로 트위터에 글을 쓰지 않는다.

이게 뭔 엄한 말 목 베는 소리인가 싶지만,

다양한 감정들이 한데 얽혀 우울해졌다.

더군다나 s형과의 협업이 틀어지며 더 다운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 일도 차라리 잘 한 결정인데

짧은 2주간의 협업이라도 정신적으로 지나치게 소모된 점은 있다.

 

이제 10월이다.

백신 2차 접종도 마쳤고, 월요일에 두 번이나 휴일이 있으니

알차고 기쁘게 살자.

 

이혼 서류를 건넬 땐 맥켈란도 한 잔씩.

앓고 있는 질환들 때문에 화이자 백신 접종 전후로 다도 불안했다.

다행히 이틀째인 아직까지는 큰 변고는 없는데, 2차 역시도 무사히 잘 넘기면 좋겠다.

그나저나 초현실의 인물이 나타나 나의 질환들 중 어느 하나를 낫게 해줄테니 골라보라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

백 억을 줄테니 이런 걸 할래 수준의 되도 않는 상상을 해봤다.

 

어느 것 하나 사소하지 않은걸.

그렇지만 역시 벗어날 방도가 가장 어려운 것,

수명에 조금이라도 더 영향을 주는 것으로 골라야겠지.

그리하여 큰 결심을 했는데,

 

강직성 척추염, 아토피 피부염, 공황장애 순서가 되겠다.

자, 이제 마음의 결정을 내렸으니 어서 제안을 주세요.

2360년대에도 마실 수 있는 글렌피딕 30년.

2058년에도 라가불린 16년은 마실 수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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