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모렌지 라산타?

희대의 개꿈을 꾸었다.

낮잠을 잘 경우 특이한 내용의 꿈을 꾸면 자는 내가 꿈을 계속 보고 싶어하는 관람자인양 좀처럼 깨려 하지 않는다.

 

오늘은 내가 뭔가 이상한 곳에서 커피를 내려마시려고 하는 장면부터 기억이 난다.

그곳은 남녀 공용 화장실이고, 줄이 길었다. 그런 상황에서 커피를 내리고자 문을 걸어 잠글 수 없으니

여성들에게 양보하고 어쩌고 하다 보니 계속 커피 용품을 들고 집에 있었다.

 

(중간에 스타워즈를 보러 극장에 갔던 것 같다.)

 

집은 평범한 근생 건물 2층 같은 느낌인데, 내 물건들이 다 치워져있고 내부는 학원 같은 인테리어로 바뀌었다.

형은 나에게 부모님이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윽박질렀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버지가 학원을 하는데, 임대료를 아끼고자 집을 학원으로 바꿨다고 한다.

 

그 뒤로 이상한 일들의 연속인데 꿈이라 지금 기억나진 않는다.

그저 나는 계속 커피를 내리려 하고, 친척인지 동생인지 싶은 여자와 짧은 터치가 이루어지고,

그런데 그 방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고, 그 cctv는 다른 일로 설치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일로

몇몇 사람들이 잡혀가고, 곤란해하고 그랬다.

 

나는 이제 어디서 작업하냐고 하니, 어머니가 나를 맘에 안 들어하는 관계로 대학원에 등록시켰다 했다.

아이맥을 들고 대학원을 가니 사람들이 나를 매우 반겨주었다.

특히 학교는 다국적 학생들로 이루어졌는데, 홍콩 학생이라는 옆자리 여성이 무척 살갑게 대해줬다.

여인은 내가 커피를 내리는데 허락없이 우유를 부었지만 나는 화를 내진 않았다.

학생들은 내가 라떼가 아닌 아메리카노를 먹자 우리는 그렇게 먹지 않는다며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그들과 계속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학교에는 차례로 반가운 지인들이 등장했다. SoA, Obba가 있고, 상준이형은 첫 학기, 수인이형은 마지막 학기.

일본에 다녀왔다는 수인이형이 미비 커피의 원두를 나누어주었고, 또 그걸 내리겠다고 한참을 고생했다.

나는 계속 대학원을 다니면서 학교 강의를 어떻게 하나 근심 뿐이었다.

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결국 휴학을 하거나 자퇴를 하는 수 밖에. 상준이는 지금 장기 휴가 중이라 했다.

 

그 뒤로 누가 와서 갑자기 말이나 글로 웃겨보라고 하고, 나는 갑자기 그걸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가

요구하지 않았던 이미지로 웃겨보려고 했다. 안경 쓰고 나와 비슷비슷하게 생긴 친구들 이미지 누끼를 따서

안경잽이들은 다 고만고만하게 생겼다는 얘기를 하려 했다.

근데 그걸 발표를 했는지 까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나서 뭐 유시민이 등장해서 나를 뭐라뭐라 하고, 나는 그 일과 전혀 관계가 없으니 믿어달라 하고,

나의 무결함을 주장하기 위해 계속 그의 뒤를 따라다니는데, 그러다 깬 것 같다.

아무튼 상당한 개꿈인데, 꽤나 또렷한 이미지들이 남은 게 신기해서 한 번 적어본다.

 

마치 연인처럼 남다른 눈빛을 보내고, 내 커피에 계란을 맘대로 까넣던 홍콩 여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bar는 역시 내가 의지를 갖고 절제하기 어려운 곳이다.

다음 날 카드 결제 내역을 보고 복기하는 일은 그만.

무척 외로워서 그랬음을 알지만,

작작 먹자.

 

일종의 벌금을 낸다는 의미로 lte 무제한을 신청해야겠다.

2만 얼마가 부담스러워서 와이파이에 연연하는 쪼잔한 인간이 되는데

술은 그 20배쯤 마시면서도 아까운 줄을 모르니.

로테르담 옆동네 스키담에서 만드는 프리미엄 보드카 케텔 원

태고의 방송 제목을 읊어야 할 때.

결국 낙담하거나 자책하거나 상실감에 매몰되거나

자기 손해일 뿐.

어차피 이젠 돌이킬 수 없고, 각자의 삶을 살면 그 뿐이니 정신 방어력을 더 키우자.

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내린 결정인데, 나도 나를 위해.

 

좋아했고 위안을 받았던 세계가 무너졌지만

바를 멀리하고, 술을 멀리하고, 사람을 멀리하면, 돈도 아끼고 건강도 챙기고

무엇이 나쁠쏘냐.

매일 접하는 불행한 뉴스들에 비해 근래의 경험들은 처참함의 근처도 가지 못할 수준.

 

너무 의미를 두지 말자.

뭐 하나 가져가지 못하고 떠나는 삶들 아닌가.

조니워커 블랙라벨 사각형 보틀.

근데 안드로이드가 왜 술을 마셔야 하는지 모르겠다.

왜 음식 같은 걸 먹는지도 모르겠고.

그거 안 하는 게 미래 아닌가.

 

30년만에 만나 J&B를 나누다.

어쩌고캘란 30년

8101번 버스가 활성화 되었을 때에는 KCC 앞에서 단국대 가는 버스를 타고자 반포고 옆 길을 자주 걸었다.

그런데 정책이 바뀌고 8101번이 1101번의 완행 버스가 되면서 한동안 그쪽에 갈 일이 없었다.

더욱이 예전에는 신논현에서 술을 마시고 걸어서 집에 오는 길이 종종 있었는데, 그때에도 반포 자이쪽 건널목을 택해서 반포고 쪽을 볼 일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기분인지 그 길을 걷고 싶었다.

 

당연히 별 생각이 없을 줄 알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숏컷이라 생각해서 택했지 달리 무슨 이유가 있었겠는가.

그런데 학교의 모습을 보자마자 울컥 감정이 터져나왔다.

90년대 중반의 내 모습이 떠오르고, 그때의 학교 생활이 바로 옆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나도 그렇지만 건물 또한 그때의 모습을 잃었다.

붉은 타일이 촌스러웠다 생각했는지 금속 표피를 덧씌웠는데 비록 그런 형상이어도 오래 전의 기억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건물은 엄중하게 나를 꾸짖는 듯 했다.

과거의 올곧고 타협하지 않았던 나는 어디갔느냐고.

지금의 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형편없는 인간에 불과했다.

건물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이런 나를 상상도 못했겠지.

과거의 나에게, 내가 좋아했던 장소에게 부끄러운 삶이고 싶지 않았다.

한동안은 누구를 비판하거나 쓴소리하는 일은 못하겠다.

나부터 제대로 된 인간이고 싶다.

나이 마흔 넷에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독촉해대는 일만 잔뜩인데

개인 시간이 날 때마다 밀려오는 회의는 어찌할 것인지

앞으로는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손에 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남은 삶을 견뎌내야 할 지

그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꿈 같은 것은 가당치도 않아.

 

* 갑자기 화가 나서 쓸모없이 공간만 차지하는 이 무용한 책들을 다 팔아버릴까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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