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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 위의 까치

배려 2010. 1. 25. 22:11
진중권 교수가 중앙대 강의용으로 준비했던 내용인데 갑작스런 외압에 의해 강단에 설 수 없게 되자 그 내용을 책으로 엮어 냈다. 본인에게는 달갑지 않았을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더 빨리 책이 시중에 나온 셈인데 미술 관련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내심 반가웠다면 큰 실례가 될까봐 감정 표현이 조심스러워진다.
물론 하나 하나 꼼꼼히 따져보면 어려운 미학 용어들도 많이 나오고 생경한 그림들도 많아서 어렵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이전 책들과 달리 진중권 교수 본인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 열 두점의 그림에 대한 단순한 감상도 많기 때문에, 공부한다는 느낌 보다는 아 이런 해석도 가능하겠구나 라고 작가와 대화하는 편안함이 묻어난다. 심지어 딱히 미학적인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맺는 그림들도 있으니 그림을 즐기지 못하고 풀어야 할 숙제로 여겼던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교수대 위의 까치'를 그렸던 피테르 브뤼헬, 그의 스승 히에로니무스 보쉬와 함께 바니타즈, 트롱프뢰유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네덜란드 미술의 수 세기를 훑어보는 재미에 졸음이 다 달아날 정도였다. 도판이 많고 전개가 어렵지 않은 관계로 맘 잡고 주말 하루면 다 읽을 수준의 흥미로운 교양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