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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크라 도착!

배려 2024. 6. 29. 01:30

에스프레소에서 시작한 사람도 필터 커피로 관심이 확장되는지 모르겠다.

필터 커피는 저렴한 예산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라

그리고 일본 융드립을 신화적으로 숭배했었기에 필터 커피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다른 영역을 탐하기 시작했고,

에어로프레스, 컴프레소, 모카포트 등을 구매하다가 본격적인 돈지랄을 시작.

코만단테를 구매하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에스프레소로 넘어가자 다짐.

가찌아 클래식 프로와 말코닉 조합으로 2년간 잘 지냈다.

(코만단테가 에스프레소용으로도 적절하다는 리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며칠 코만단테로 에스프레소를 내려본 결과,

그것은 죽음의 노동이었고, 당장 전동 드릴을 찾을 수 밖에 없으니 코만단테는 필터 커피용으로만 쓰자.)

 

국산 에스프레소 머신이 훌륭한 기능에 가격까지 저렴해지면서

좀 더 고급 머신을 들일까 검은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그러다 마누스s를 구매할까, 아냐 그럴바엔 그냥 로켓으로 가야지,

아냐 로켓은 직구해야 하고, 그래서 AS도 문제고, 펌프도 국내용으로 교체해야 하고...

하다보니 나는 감히 미크라를 넘보게 되었다.

 

아반떼 사려다 포르쉐 산다는 합리화의 징검다리 이론처럼

그렇게 분에 넘치는 기기를 구입했다.

물론 이 어마어마한 가격을 어떻게 방어할지 여러 희망 회로를 돌렸고

몇몇 일상의 기쁨+해외 여행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치만 그만큼 데일리 커피 타임이 즐거우니 쌤쌤 아닌가!

(응. 아니야)

 

그렇게 (2년 무이자 할부)주문 후, 12일만에 미크라가 도착했다.

사실 기쁨은 잠시, 이 박스를 어떻게 잘 분리수거하지 싶은 고민이 앞섰다.
아우 낑낑
영롱한 자태 등장
그야말로 (유튜브에 차고넘치는)unpacking!
포터필터와 스팀피처, 템퍼 확인. (예전에 주던 선물 왜 안 줘요ㅜㅜ)
공부, 공부.
작고 예쁘고 파워풀. 스팀 켜보고 그 세기와 쿨터치에 놀랐다.
라 마르조코 코리아 흥해라!

 

기념삼아 주문한 라바짜 1kg 원두로 개시를 하며, 개똥같이 그라인더를 맞춰도 그럭저럭 잘 뽑아준 기기에 감사하며

그래 이것이 에스프레소지 흐뭇했다.

역시나 이탈리아 태생이지만, 다소 못미더웠던(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영특한) 가찌아는

집에서 계속 나와 함께~

 

* 자의식이 넘쳐 사진을 찍은 건 아니고, 개봉 영상을 남기지 않으면 불량 AS가 어렵다기에 찍은 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