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l
여성
배려
2009. 9. 1. 00:32
어제는 윤상형 앙코르 공연 사진을 찍었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과 빌린 카메라가 손에 익숙치 않아서 생기는 불안과 비싼 돈 내고 공연 보러 온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배려가 서로 뒤엉키며 즉흥적인 모션을 취하다 보면 세 시간이 훌쩍 가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특별히 플래시 무비를 만들기 위해 관객이 입장하거나, 좌석이 채워지는 장면을 요청 받았는데 초반에 목적을 달성하다 보니 정작 공연 후반부에 가서는 긴장감이 좀 풀어졌다. 더군다나 방송용 카메라 네 대가 더 좋은 화면을 녹화 중이었으니 활동 반경이 좁아진 것도 나를 좀 더 한가하게 만든 이유였다. 그래서였는지 맨 앞자리 오른쪽 세 번째에 앉은 관객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약간 염색한 듯한 머리색과 동그란 얼굴. 캐쥬얼한 차림이지만 악세사리에는 신경 쓴 모습. 무엇보다도 적당한 길이의 단발 머리와 가끔씩 쓰는 뿔테 안경이 맘에 들었다.(뿔테 안경을 벗은 후 민소매 목 부분에 걸어 놓았을 때에는 더 스타일리쉬해 보였다.) 다른 누구도 시선을 잡아끄는 이 없는데 유독 그 분만 보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모두 갖춘 이상형의 프로토타입이었기 때문일까.
더욱이 그녀는 윤상형의 상당한 팬인 듯 보였다. '사랑이란'을 부를 때에는 진짜로 숨을 죽이기 위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입을 막았으며 내가 앞에서 알짱대건 말건 공연 내내 가수를 향한 초점은 한 순간도 풀린 적이 없었다. 하긴 맨 앞 줄에 앉는다는 것이 대충 어떤 사람인지그 성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근거이기도 하지만 참으로 예쁘게 열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꾸 셔터 소리를 내야만 하는 내 입장이 난처하기도 했다.
공연이 슬슬 데미를 장식할 즈음에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 공연의 성대한 피날레를 담기 위해 3층 좌석으로 가서 대기하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윤상형만 클로즈 업 해서 찍은 후 완전히 막이 내리면 여성분께 말이라도 걸어 볼 것인가. 명함이라도 주면서 블로그에 놀러 오시라고 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솔직하게 맘에 들어서 그런데 나중에 차나 한 잔 할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 건지. 그렇게 고민하다가 역시 내 스타일 답게 3층행을 택하게 되었다. 공연장 전체가 들어오는 사진을 찍고 싶었던 것이 우선이지만 용기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괜히 그 상황을 미화시키는 척,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윤상형 공연장에서 또 볼 수 있는 날이 있겠지라고 마음 속에서 중얼거렸지만 형이 또 공연을 할 날이 앞으로 일 년 내에는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관객들의 앵콜 요청에 다시 뜨겁게 달구어진 공연장 사진이 나의 큰 희생과 맞바꿔진 사실을 과연 누가 알아줄 것인가.
주인공이 퇴장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가운데 나는 부리나케 관객의 썰물을 헤치며 다시 무대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진정한 팬으로서 예의를 다 하듯 크레딧이 완전히 끝날 때 까지 자리를 지켜줬고 덕분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힘겨운 사진 촬영을 마쳤다는 희열에도 불구하고 차마 말을 건넬 용기가 없어 그냥 지나쳐 보내고 말았다. 그 분 옆에 친구가 없었다면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 하며.
언제나 그렇듯,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과 빌린 카메라가 손에 익숙치 않아서 생기는 불안과 비싼 돈 내고 공연 보러 온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배려가 서로 뒤엉키며 즉흥적인 모션을 취하다 보면 세 시간이 훌쩍 가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특별히 플래시 무비를 만들기 위해 관객이 입장하거나, 좌석이 채워지는 장면을 요청 받았는데 초반에 목적을 달성하다 보니 정작 공연 후반부에 가서는 긴장감이 좀 풀어졌다. 더군다나 방송용 카메라 네 대가 더 좋은 화면을 녹화 중이었으니 활동 반경이 좁아진 것도 나를 좀 더 한가하게 만든 이유였다. 그래서였는지 맨 앞자리 오른쪽 세 번째에 앉은 관객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약간 염색한 듯한 머리색과 동그란 얼굴. 캐쥬얼한 차림이지만 악세사리에는 신경 쓴 모습. 무엇보다도 적당한 길이의 단발 머리와 가끔씩 쓰는 뿔테 안경이 맘에 들었다.(뿔테 안경을 벗은 후 민소매 목 부분에 걸어 놓았을 때에는 더 스타일리쉬해 보였다.) 다른 누구도 시선을 잡아끄는 이 없는데 유독 그 분만 보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모두 갖춘 이상형의 프로토타입이었기 때문일까.
더욱이 그녀는 윤상형의 상당한 팬인 듯 보였다. '사랑이란'을 부를 때에는 진짜로 숨을 죽이기 위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입을 막았으며 내가 앞에서 알짱대건 말건 공연 내내 가수를 향한 초점은 한 순간도 풀린 적이 없었다. 하긴 맨 앞 줄에 앉는다는 것이 대충 어떤 사람인지그 성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근거이기도 하지만 참으로 예쁘게 열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꾸 셔터 소리를 내야만 하는 내 입장이 난처하기도 했다.
공연이 슬슬 데미를 장식할 즈음에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 공연의 성대한 피날레를 담기 위해 3층 좌석으로 가서 대기하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윤상형만 클로즈 업 해서 찍은 후 완전히 막이 내리면 여성분께 말이라도 걸어 볼 것인가. 명함이라도 주면서 블로그에 놀러 오시라고 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솔직하게 맘에 들어서 그런데 나중에 차나 한 잔 할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 건지. 그렇게 고민하다가 역시 내 스타일 답게 3층행을 택하게 되었다. 공연장 전체가 들어오는 사진을 찍고 싶었던 것이 우선이지만 용기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괜히 그 상황을 미화시키는 척,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윤상형 공연장에서 또 볼 수 있는 날이 있겠지라고 마음 속에서 중얼거렸지만 형이 또 공연을 할 날이 앞으로 일 년 내에는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관객들의 앵콜 요청에 다시 뜨겁게 달구어진 공연장 사진이 나의 큰 희생과 맞바꿔진 사실을 과연 누가 알아줄 것인가.
주인공이 퇴장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가운데 나는 부리나케 관객의 썰물을 헤치며 다시 무대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진정한 팬으로서 예의를 다 하듯 크레딧이 완전히 끝날 때 까지 자리를 지켜줬고 덕분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힘겨운 사진 촬영을 마쳤다는 희열에도 불구하고 차마 말을 건넬 용기가 없어 그냥 지나쳐 보내고 말았다. 그 분 옆에 친구가 없었다면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