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l

090904

배려 2009. 9. 4. 20:40

광화문 광장.
광화문 역에서 나올 때만 해도 좋았다.
파노라마 뷰로 펼쳐지는 북한산과 광장의 긴 축.
평소에 경험할 수 없었던 위치에 들어서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시민의 승리인 듯.
 

근데 이 건 뭐냐.
한국 드라마에 대한 되도 않는 전시를 뒤로 하자마자 등장하는 유치찬란 꽃 잔치.
색색의 꽃들이 모여 이루는 커다란 그림도 광화문 광장과 당췌 무슨 상관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환경미화 중 하나가 계단 층 마다 작은 화분을 올려놓는 것인데 의자 중간에 화분을 심은 건지, 화분의 테두리에 앉을 자리를 준 건지 알 수 없는 시설물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공무원 중에 꽃 못 심어 죽은 양반이라도 있나 왜 이렇게 사방 팔방 꽃 잔치를 펼치려고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도 정말 전문가 데려다가 멋지게 가꾸면 또 몰라.


이 녹음털털한 짐승은 또 뭐냐.
조경이 언제쯤 꽃 많이 심고, 나무 많이 심으면 이기는 게임에서 벗어날런지.
하버드 조경대학원을 나와 모처에서 일 하고 있는 후배의 앞 날이 걱정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