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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진

배려 2022. 5. 16. 04:28

5월 4일 오전. (벌써 11일 전이라니)

예약 시간에 맞춰 성모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창도 없는 먹방에서 계속 환자를 맞이한다.

저렇게 폐쇄적인 곳에서 업무를 봐도 되는 건가?

벤티 사이즈 정도 될 법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보니 별반 다를 바 없는 처지 같은 동질감이 느껴졌다.

 

동네 병원에서 검사했던 작은 초음파 사진을 얼굴 가까이에 대고 유심히 보더니

괜찮을 것 같은데요, 라고 했다.

일단 그 말 만이라도 어찌나 울컥하던지.

내가 인터넷에서 봤던 이미지들을 기반으로 예상한 것과는 어떤 부분에서 달랐던 걸까.

그래도 당연히 검사는 진행.

 

정산부터 하는데 역시 적은 비용이 아니다.

난 왜 실비 보험도 안 들고 있었던걸까.

한심.

 

검사는 비교적 간단했다.

요즘은 대부분 세침으로 하는 듯.

인터넷에서 알아볼 때와 달리 그간 기술이 발달했는지 정확도가 많이 높아졌다.

신발도 벗을 필요 없이 침대에 누워 초음파로 위치를 확인하며 침을 조정한다.

약간씩 방향 전환을 할 때 좀 기분 나쁘고 뻐근한 느낌은 있지만

아파서 주먹을 쥘 정도라던가 신음이 나온다던가 그런 건 아니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0일 정도 예상.

역시나 일주일 정도 지나 지난 수요일에 연락이 왔다.

동네 병원에서 듣기로 했는데, 거기로 팩스를 보낼테니 가보라고 했다.

결과가 나빴다면 좀 더 서둘러서 예약을 잡으라던가

내방시 보호자 동행하라는 식의 얘기가 없어서 희망을 가지려 했다.

 

다음 날 오전에 동네 병원에 갔다.

아무리 희망 회로를 돌려도 결과를 듣기 전까지는 당연히 무섭다.

그래서 결국 양성이라는 기쁜 결과를 들었다.

단계로 따지자면 2단계.

암일 확률은 0~3%이다.

물론 결절은 시간이 지나 커지거나 악성으로 변할 수 있다.

이번에는 어처구니 없게 7년만에 받았는데, 매년 추적할 일이다.

7년간 2mm 정도 자랐다.

 

아무튼 기쁜 소식이었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선사한 시간.

잠시나마 암 환자에 빙의해서 울적한 날들을 보냈었다.

결코 상상해 본 적 없는 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니 실제로 투병을 하는 환자들은 얼마나 비통하겠는가.

 

그나마 아직은 좀 젊은 나이 아닌가 싶어 괜찮을 거라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동시에 그렇다면 연로한 부모님은? 부모님의 경우라면 그건 그럴 수 있는 건가?

생각만 해도 무섭고, 절망적이다.

그래도 큰 우환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더불어 지금 이 순간에도 건강을 위해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회복과 행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