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l 316

인스타 스토리

페북에는 다들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지, 얼마나 깊이 아는지, 얼마나 매사에 크리티컬한지를 진열하기에 고작 겨울엔 문을 닫고 다닙시다 라는 말을 하는 내가 초라해져서, 하루면 휘발되는 인스타 스토리를 활용하자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나 클라이언트에게 노출되는 것도 시간 문제라 생각하니(그리고 정말 몇 시간 후 노출되었다.) 의욕이 급 식었다. 트위터는 고인 물이 되어 돌아가기 싫고, 쓰레드는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면 새로운 별종이 등장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고, 역시 홈 스윗 홈, 내 맘대로 떠들 수 있는 블로그가 제일이다. 관용이 지금보다 넓었던 시대의 주절거림이 그립다. 플랫폼은 중요치 않다. 나우누리,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싸이월드, 트위터...

trivial 2024.04.05

차 수리

지인 사무실에 갔다가 직각 주차하는 곳이 너무 좁아서 결국 담벼락에 긁고 말았다. 흠집난 부분을 보는데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ㅜㅜ 도장이 벗겨지지만 않았어도 펜 사서 칠해보는 건데 그걸로 될 일이 아니었다. 카닥에서 견적 보고 덴트마스터에 맡겼다. 결과는 대만족. 하지만 금액은... 아무튼 이번 일로 자신감 급하락, 괜한 도전 의식은 억누르고 안전한 길만 가야겠다.

trivial 2023.03.29

삶의 변화

운전을 열심히 하고 있다. 죽전, 아모레 사옥 등을 다녀왔을 정도. 운전을 한 날은 다음 날도 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항상성이 생긴달까. 약간 자신감이 붙어서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데, 문제는 집 앞에서 연석에 휠을 긁었다. 긴장을 늦추면 이런 식. 20년 전에도 갓길이 뭔지 잘 몰라 연석을 타고 올랐던 적이 있다. 한 번은 겪었어야 할 나의 취약점인가보다. 항상 조심할 일이다. 가찌아 클래식 프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매했다. 커피 추출이 맘처럼 안 되어서 각종 도구들을 줄줄이 주문했다. 그래도 아직 그라인더는 없어서 코만단테를 열심히 run of the mill 하고 있다. 아이폰 14 프로도 샀다. 일주일만에 삶이 확 바뀌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일종의 플래그가 서니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 것!

trivial 2022.10.12

운전을 했다.

드디어 처음으로 강을 건넜다. 정말 하고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나마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고 스스로 독려한 끝에. 하지만 명동 근처 갈 때까지 심장이 벌렁벌렁. 내 사고의 메카니즘은 이렇다. 1. 길은 아는데 정확한 차선은 모른다 2. 그래서 필요에 따라 차선 변경을 해야 한다 3. 그런 과정에 민폐를 끼칠 것 같다 4. 아 이렇게 쓸데없이 불편할 데가(지하철 탈 땐 그 어떤 폐도 끼치지 않는데) 그래도 필운동 사무실 갈 때까진 큰 문제가 없었다. 한 낮의 유쾌한 라디오가 운전자에게 주는 효용을 체감했다. 그러다 모두의 주차장 앱에서 자리가 있다고 한 곳이 막상 결제 불가였던 게 문제. 금요일이라 인근 공유 주차가 풀 부킹. 결국 길 건너 어드메로 가야했는데, 지도에도 나오지..

trivial 2022.09.24

운전이 하고 싶다.

세상에나. 내가 운전이 하고 싶은 기분이 들 줄이야. 그만큼 지금 하는 일이 꽉 막혀서 어딘가로 도피하고 싶다는 얘기. 음 그렇다고 악셀을 밟고 핸들을 돌리는 걸 원하는 건 아니고 그냥 차를 타고 밤 바람을 쐬고 싶다는 정도라 술을 먹으며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완전자율주행 시대를 희망. 아무튼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의욕을 강제하기 위해 카페를 찾거나 열심히 청소를 했다면 이제는 운전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졌다. 5월에 차를 인수하고, 내가 운전한 건 80km 정도이니 내가 얼마나 운전을 안 좋아하는지 간접적으로 확인이 된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생각했으니 그만큼 삶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겠지. * 22.09.19. 드디어 거의 두 달만에 운전을 했다. 노터치 세차 이벤트 당첨된 것을 써먹기 위해. ..

trivial 2022.09.16

여러가지

공황 10년차가 되면 세상 모든 게 다 무서워진다. 오늘은 갑갑한 내 인생이 너무 무서웠다. 지하철에서 가쁜 호흡을 하다가 롤러코스터 내려갈 때 느끼는 하반신 허전한 기분도 참다가 결국 자낙스 반 알을 먹고 그러다 갑자기 yj에게 어디냐는 톡이 왔다. 우연찮게 너무 가까운 곳에 있었고 언제나처럼 찾아온 공포를 알콜로 절일 필요가 있어서 집을 목전에 둔 21시 30에 흔쾌히 술자리에 응했다. (중략) 결국 신사동-평창동-집의 복잡한 여정을 감내했는데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장 큰 불안의 하나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것 보다 지금 나의 위치 때문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강의를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 최소한의 범위를 움직이며, 최소한의 인간을 만나고, 예측 가능..

trivial 2022.08.17

학기말의 주늑

1.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시원한 종강을 맞이하기 어렵다. 설계 포트폴리오도 더 열심히 봐주었고, 평가 결과를 설득하느라 힘들었는데 현대건축은 과제를 많이 낸 탓에 채점하느라 하세월을 보냈다. 채점 후 점수를 알리는 것도 하나하나 일이고, 무엇보다 성적을 내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 A에서 B로 넘어가는 구간, B에서 C로 넘어가는 구간은 언제나 1점 차이로 갈린다. 그 1점이 뭐가 그리 뚜렷한 차이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게 스포츠처럼 기록 경쟁도 아니고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2~3년간 학점을 후하게 받은 학생들에게 B나 C학점은 크게 놀랄 일이겠고 그런 학생들의 불만을 대응하는 일은 상상만해도 지치고 질린다. 강의를 열심히 하고, 학생을 푸시할수록 결과적으로 더 부담이 크다. 역시나 이번 학기까지만..

trivial 2022.06.29

bar와의 결별

이젠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중년이고, 벌이는 시원찮고, 물가는 오르고, 그간 나는 왜 열쳤다고 그리 술을 쳐먹고, 펼치지도 않을 책들을 사재꼈나 후회하고 있다. 주문한 핫토이 루크 스카이워커를 받기도 전에 팔아야하나 고민 중. 취소가 가능하다면 USM도? 아니 근데 중도 취소는 물 건너갔고 삶에 활력을 줄 것 같으니 매일 어루만지며 일 하는 힘을 내보자. 1등으로 아껴야 할 것은 술. bar와는 안녕이고, 술도 2개 정도만 사서 가끔 마시는 정도여야겠다. 어차피 요즘 바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중심 손님의 연령대가 어려서 내가 낄 곳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계속 혼자 가고, 그래서 왁자지껄한 바의 분위기에 도움이 안 된다. 90년대의 강남역 나이트에 30대가 가려고 하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말..

trivial 2022.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