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l 316

unfair

무척 부당하다. 당신도 이게 맞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내가 잘못한 이상의 죄책감을 안고 산다. 당신은 이게 맞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내가 그 정도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의적인 미안함은 있다. 분명히 나의 잘못이 있다. 그렇지만 당신의 해석은 지나치다. 나는 결코 범죄자가 아니다. 그래서 고민이다.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당신이 정말 맘에 안 든다는 점은 알겠다.

trivial 2021.12.29

초연결 시대의 비극

사방팔방에서 네거티브한 감정이 판을 친다. 툭하면 공황 장애, 불안 장애, 자살 충동 온라인에서 흔하게 보는 조리돌림, 집요한 추궁, 거짓된 비방 내 사람이다 싶은 관계인이 없어서 나에게 직접 속삭이는 것은 이러한 자극 뿐일 때 결과적으로 같은 구렁텅이에 빠져 오염된 일원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냈다. 부인할 수 없는 내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이다.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생각을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아니면 정말 다른 데 관심을 둘 여유가 없을 정도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거나.) 초연결 시대에 노출 빈도를 줄이는 게 어렵지만, 적어도 몇몇 sns를 끊는 것으로 가능하리라 본다. 아무리 짙은 어둠도 작은 빛에 사라진다지만 빛과 어둠은 인간이 제 멋대로 정의한 은유이고 알고보면 광통신으로 확산되는 정..

trivial 2021.12.27

마음 먹기

고귀하게 살자. 스스로를 지나치게 낮추고, 혐오하는 사람에게 그 어떤 의미있는 삶이 가능하겠는가. 안 좋은 생각은 꼬리를 물고, 자꾸만 자신의 무덤을 파게 된다. 나를 귀하게 여기고, 누가 봐주지 않아도 옳은 일을 행하자. 세속에 휘둘린다는 피동적인 생각도 그만하자. 언제나 중심을 잡고 살고 싶었지만 적극적으로 노력한 적은 없었다. 얇은 종이도 두 손으로 쥐고 비틀면 제법 단단한 막대가 된다. 좋지 않은 감정을 단속하는 것도 결국 스스로의 일. 자극에 취약한 마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그걸 빌미로 남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 고독이 견디기 어렵지만, 더욱 스스로를 격리시켜야 한다. 그리고 지금 나를 아끼고 염려해주는 사람들만 생각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자.

trivial 2021.12.26

2021.11.02

1. 문래예술공장이라는 곳을 가서 옵신 전시를 봤다. 전시는 암전된 공간에 들어가 도슨트가 안내하는 빛을 따라 하나씩 체험하는 형식이었다. 빛이 전혀 없는 공간에서 감각이 얼마나 예민해지는지 새삼 느꼈고 뷰 마스터, OHP 필름, 등사기 등의 시대에 밀려난 도구들과의 만남이 흥미로웠다. 심지어 중간에 펼쳐주었던 책도 이젠 같은 운명인 듯 하고. 희귀 개체가 된 고래(내용)와 사라진 미디어(형식)의 병치는 의도적이었을까? 2. 뷰 마스터는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어릴 적 느꼈던 신기함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되었다. VR이나 극장의 3D 글래스 보다 더욱 생생하달까. 3. 드디어 우래옥을 가보았다. 냉면 맛있었는데, 그냥 기존에 가던 곳들과 아주 다른 차이점은 없었다. 오히려 계란이 없어서 서운. ..

trivial 2021.11.03

abstinence

1. 정신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과음은 좋지 않다. 아니. 적당히 마시는 법을 모르니 술 자체가 해롭겠다. 취중에 큰 실수를 하기 전에, 작은 실수들로 울리는 경종에 귀 기울이자. 2. 아니나다를까, 하루 뒤 뉴스에 K 연예인의 웃지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본인도 과음으로 인한 실수라 사과문을 썼는데, 그보다는 덜 쪽팔리지만, 아무튼 부끄러움은 갖자. 3. 부쩍 부정맥이 심해졌다. 몸 챙길 때.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언젠가 반 쯤은 덮어지니까. 스스로를 비련의 주인공으로 가여워하는 짓까지는 하지 말자. 아무렇지 않게. * 11월 14일의 기록 금요일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역시 과음이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trivial 2021.10.31

계정 삭제

이전에도 한 번 한 것 같은데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결국 후회했던 것 같고. 그럼에도 당장의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어 또 계정을 비활성화시켰다. 팔로워가 적었다면 차라리 나았을까? 요즘은 뭘 적어도 반응이 없다. 트위터 초창기에는 친구들 사귀려고 한 건데 이러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나? 모든 게 부질없다. 아니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까. 답이 없고, 마냥 고립된 기분인데 이게 시대에 맞지 않는 투정인 것인지 아니면 정말 나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문제적 한 명인 것인지 그걸 도무지 모르겠다.

trivial 2021.10.23

2021. 09

가계부의 통계를 보니 9월 지출의 80%가 술값이다. 그 술값의 80%가 bar in house에서 인생 최대 플렉스를 한 것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니 후회는 없다. 문제는 그렇게 마신 날 집에서 혼자 마신 술이다. 금액과 시간의 리미트가 없으니 계속 신나게 마시고 트위터에서 주절거렸다. 근데 그게 좀 많이 후회된다. 이후로 트위터에 글을 쓰지 않는다. 이게 뭔 엄한 말 목 베는 소리인가 싶지만, 다양한 감정들이 한데 얽혀 우울해졌다. 더군다나 s형과의 협업이 틀어지며 더 다운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 일도 차라리 잘 한 결정인데 짧은 2주간의 협업이라도 정신적으로 지나치게 소모된 점은 있다. 이제 10월이다. 백신 2차 접종도 마쳤고, 월요일에 두 번이나 휴일이 있으니 알차고 기..

trivial 2021.10.02

병의 순서

앓고 있는 질환들 때문에 화이자 백신 접종 전후로 다도 불안했다. 다행히 이틀째인 아직까지는 큰 변고는 없는데, 2차 역시도 무사히 잘 넘기면 좋겠다. 그나저나 초현실의 인물이 나타나 나의 질환들 중 어느 하나를 낫게 해줄테니 골라보라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 백 억을 줄테니 이런 걸 할래 수준의 되도 않는 상상을 해봤다. 어느 것 하나 사소하지 않은걸. 그렇지만 역시 벗어날 방도가 가장 어려운 것, 수명에 조금이라도 더 영향을 주는 것으로 골라야겠지. 그리하여 큰 결심을 했는데, 강직성 척추염, 아토피 피부염, 공황장애 순서가 되겠다. 자, 이제 마음의 결정을 내렸으니 어서 제안을 주세요.

trivial 2021.08.31

우연

이미 한 번 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다시 본 날 자기 전, 12시즌에 달하는 [빅뱅 이론]중 한 편을 보는데 메릴 스트립 이름이 등장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우리 인생에 신이 개입하는 순간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신이 고작 이런 사소한 장난으로 본인의 존재를 알릴 이유가 없지) 이만큼 잘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도 일상에서 종종 마주하게 된다는 것.

trivial 2021.07.11

치료 시작

약을 타러 병원 방문. 얼마만이냐 물었더니 6개월 만이란다. 세월도 빠르고, 그간 병원을 안 간 것도 바보같고. 어떻게 지냈냐 해서 좋지 않았다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하다고 했더니 길게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일단 약을 먹고 2주 후에 또 얘기하자 했다. 사실 약을 안 먹고 싶어서 그런 것이지 약을 먹으면 별 문제가 없지. 아무튼 지금의 나는 약으로 좀 후드려패서 과민함을 누그려뜨려야 하나보다. 프로작을 복용하면 괜찮아지겠지. 프로작이니까.

trivial 202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