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l 316

공황

이번이 몇 번째 wave인가. 책 작업이 끝나고 모든 괴로움이 사라졌다고 느낀 기간은 길지 않았다. 자연의 원리가 그렇듯 진자의 운동이나 극의 변화와 같다. 가면 오고, 밀물 썰물, 음과 양, 희로애락, 요즘의 괴로움 1. 학생들 프로젝트 진도가 안 나가서 그로 인한 걱정과 피로 2. 괜히 쪽글을 받기로 해서 버거워진 현대건축 수업 3. 운전도 못하는데 예상보다 빨리 출고되는 차량 4. 차량 구매로 통장 잔고가 0원이 되니 내가 지금 차를 사도 되나 싶은 불안 5. LG와 계약한 원고 6. 수입이 점점 줄어드는데 물가는 오르고, 주식은 안 오르고... 불투명한 미래 7. 갑상선 조직 검사 근심의 대부분은 여전히 일에서 오는구나. 그치만 그게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고, 결국 버튼을 누른 건 3번과 7번이다...

trivial 2022.05.16

검진

5월 4일 오전. (벌써 11일 전이라니) 예약 시간에 맞춰 성모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창도 없는 먹방에서 계속 환자를 맞이한다. 저렇게 폐쇄적인 곳에서 업무를 봐도 되는 건가? 벤티 사이즈 정도 될 법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보니 별반 다를 바 없는 처지 같은 동질감이 느껴졌다. 동네 병원에서 검사했던 작은 초음파 사진을 얼굴 가까이에 대고 유심히 보더니 괜찮을 것 같은데요, 라고 했다. 일단 그 말 만이라도 어찌나 울컥하던지. 내가 인터넷에서 봤던 이미지들을 기반으로 예상한 것과는 어떤 부분에서 달랐던 걸까. 그래도 당연히 검사는 진행. 정산부터 하는데 역시 적은 비용이 아니다. 난 왜 실비 보험도 안 들고 있었던걸까. 한심. 검사는 비교적 간단했다. 요즘은 대부분 세침으로 하는 듯. 인터넷에서 알아..

trivial 2022.05.16

불면

아직 검사 받기 전인데 이것저것 검색하다보니 두려움에 휩싸여 잠을 이룰 수 없다. 괜히 병원에서 조직 검사를 제안한 것도 아닐테고, 남성의 경우는 여성보다 결절이 악성인 경우가 많다고 하고, 나처럼 세로로 긴 형태, 경계가 또렷하지 않은 경우가 악성인 경우라고 하니 그게 아무리 예후가 좋은 암이라 하더라도 무섭지 않을 리 없지. 나도 예전에는 갑상선암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역시 자신의 일이 되니 그때의 내가 그렇게 어리석을 수가 없다. 현대인에게 병원만큼 진실된 종교 공간은 없겠다. 그간 삶을 나태하고 방만하게 대했던 태도를 반성하기도 하고 가진 것을 소중하게 지키지 않으려 했던 어리석음도 후회하며 무엇보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검사를 앞둬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호르몬의 영향 때문인지 요즘은..

trivial 2022.05.03

건강 검진

매년 동네 병원에서 특수 피 검사+간단 초음파를 받았었는데, 흑석동으로 주소를 옮겼던 시기를 기점으로 7년만에 검사를 받았다. 피 검사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일단 초음파 만으로도 여기저기 문제가 발견됐다. 콩팥에 살(?)이 찌고, 동맥에 콜레스테롤이 끼고, 갑상선의 혹이 자랐다. (갑상선 조직 검사를 받는 날이 다 오는구나) 최근에 뱃살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볼 때 역시 중년의 신진대사는 관심을 요한다. 그간 식단 조절도 없고, 운동도 안 하고, 특히 폭음이 많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를 받은 것. 역시 사람이 바르게 살려면 병원을 자주 가야 한다. 결과를 전하는 의사 앞에서 손을 절로 모르게 되고, 그렇게 조신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정말로 술을 줄이고, 일희일비하지 않고, 마음을 비워 잔잔하게 ..

trivial 2022.04.27

관심병?

sns 그게 뭐라고. 일단 트위터, 인스타그램은 접었고, 거의 눈팅만 하던 페북에 애정이 생기기 시작해서인지 딱 그만큼의 마이너스 감정이 생긴다. 그렇다면, 그냥 앱을 지우던, 조용히 멀리하면 될 일인데 애써 '나 이거 이제 그만 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내 자신이 여전히 일말의 관심이라도 원한다는 얘기겠지. 물론 그렇게라도 선언하지 않으면, 수시로 손이 가는 채널을 하루 아침에 끊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럴 땐 그냥 에 가서 술이나 마시고 싶은데 너무 멀고, 너무 늦었고 너무 나이가 들어 막 개발되는 연신내 힙 플레이스+ing에 어울리지 않는다.

trivial 2022.03.26

22.03.09

지난 게시물을 올리고 거의 한 달 만이다. 그 사이에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글로 적기 위해 복기하는 과정이 괴로워서 그냥 넘겨버렸었다. 오늘 또 한 번 느꼈다. 분위기 파악을 잘못했다는 것을. 내가 해야 할 임무는 술자리를 계속 끝도 없이 연장하는 게 아니고 적절한 타이밍에 끝냈어야 하는 건데...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마시는 무책임은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다. 그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시간과 리듬을 고수하는 일이 필요한 태도. 이럴 바에는 그냥 예전처럼 혼자 자리를 떠서 혼술을 하는 편이 낫겠다. 이제는 내가 술자리를 주도하는 윗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집에 가고 싶어도 선뜻 일어서지 못했던 과거를 되짚어 보자. 술자리의 즐거움이야 누가 모르겠는가. 적절한 시간에 파하는 것도 내가 담당해야 하는..

trivial 2022.03.09

04시의 진토닉

이 블로그에 기록된 글이 2003년부터라니. 그 숫자를 보니 그저 허탈한 웃음 밖에 안 나온다. 이후로 내가 계속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나의 안위를 묻는가. 자다가 벌떡 일어다 진토닉을 타 먹어야 할 이 괴로움이 당장의 감정인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고 하소연 할 길이 없어서 끙끙대다가 뭐라도 한 자 기록하려고 들어왔는데 내가 나를 위로하는구나. 그리고 결국 그때에나 지금이나 아무도 없다.

trivial 2021.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