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l 316

공황의 얼굴들

귀인과의 티타임을 앞둔 오후. 밖을 나오니 성큼 다가온 여름이 맞이했다. 그럴 줄 알고 아끼는 파인애플 셔츠를 입었다. 방 정리 중 나온 쓰레기도 분리수거했다. 그간 무슨 대단한 미련이었는지 버리지 않았던 애플 제품의 박스들을 자루에 후두둑 떨어뜨렸다. 디스크 조각 모음을 마친 사람마냥 산뜻한 마음으로 발을 내딛었다. 목적지는 지하철로도 얼마 안 됐다. 그런데 갑자기 또 생각났다. 잠을 못 자면 공황이 온다는. 물론 그 말을 방송에서 한 의학 박사는 그러니 잠을 충분히 잘 자두라는 얘기였겠지만 현대인에게, 특히 매일이 불안인 사람에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당연히 충분히 못 잤고, 그분의 얘기가 일종의 암시로 마음에 박혔다. 세로토닌 분비를 차단하는 신경 물질은 열심히 생산되고 고층 빌딩 옥상의 항공 ..

trivial 2021.06.02

...

잠깐 살다 가는 인생인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을 흠결을 따지지 않고 온전히 맺어진 관계만으로 사랑할 순 없을까. 어째서 매일 보는 사람들에게 제일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가. 물론 그만큼 부딪히는 횟수가 많기도 하고 나를 만든 사람들이니 나보다 월등히 앞섰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적어도 그 당위는 내가 못나지 않았음을 확신하기 위한 바 아닌가. 유전은 이어진다고 배운 탓에 나의 부족함을 선대에 미루고 마는 못남. 얼마나 스마트폰을 다루지 못하든 얼마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든 얼마나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든 얼마나 비과학적이든 얼마나 막무가내로 주변을 어지럽히든 사랑하자.

trivial 2021.05.30

sns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측과 소셜 미디어라고 생각하는 쪽의 개념 차이를 생각하자. 그래서 sns에서 뭘 갈구하고자 하는 태도는 적합하지 않다. 정보 혹은 리뷰를 적는 데 있어서도 최대한 간결하게 치고 빠지자. 그래서 관심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검색해 나가도록 물길을 트는 역할만. 딱 거기까지만. sns로 부와 명예를 얻겠다거나, 연인을 만들겠다거나, 팔로워 숫자를 늘리겠다거나... 결국 플랫폼의 주인장 손바닥 안에서 연골 닳도록 각기춤 추는 것 밖에 안 된다. 애초에 sns에서 될 놈은 풍선에 삐라를 담아 날려도 주목받을 놈이다. bar도 마찬가지. 어차피 실력있는 bar는 유명하고, 내가 가지 않더라도 이 코로나 시국에서도 매일 만석이다. 나만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 같고, 자주..

trivial 2021.05.30

소음도 리콜이 되나요

좋은 소리가 뭔지는 모르지만, 기분 나쁜 소리나 잡음에는 예민하다. 벽을 타고 넘어오는 이웃 오디오의 저음, 윗집 아이들의 발소리, 놀이터에서의 굉음. 생각만해도 괴롭고, 핏대가 선다. 하만카돈 사운드스틱3(Harman Kardon Soundstick III) 와이어리스는 일종의 재앙이다. 블루투스 기기를 찾느라 폭 폭 소리를 내고 소리가 나지 않는 동안에는 스으으으으 화이트 노이즈가 발생한다.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고, 구글링도 해봤지만, 그 누구도 해결 안 됨. 누가 산다고 하면 정말 말리고 싶다. 블루투스를 끄는 기능도 없고, 그래서 와이어리스를 포기하고 단자로 컴퓨터에 연결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심지어 접속 비번 설정도 안 되기에 위아랫집 사람이 접속해서 음악을 틀 수도 있다. 세상에나....

trivial 2021.05.29

210527

/ 어제부터 몸이 아팠다. 여기저기 쑤시고, 미열도 있는 것 같고. 그럼에도 음악 수업 전날이라 과제를 하느라 괴로운 새벽이었다. 오늘 아파서 수업을 못 가겠노라 애기하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2주간 쉬고 싶다는 말을 해야했기에 어떻게든 몸을 일으켰다. 공황 약을 먹고 갔는데, 이상하게 몸도 개운해졌다. 자낙스의 부작용인가? 보톡스, 비아그라, 아스피린 같은 뜻밖의 작용을 하나? 세로토닌은 통증까지도 휘발시키나? 알 수 없는 일이다. 귀가 후 여세를 몰아 그라인더를 돌려 커피를 내리고, 밀린 책장 정리를 마쳤다. / 올해는 술을 안 마셔서 지출이 확 줄어야 마땅한데 이것저것 사재끼느라 출혈이 상당하다. usm haller, 오디오, muto 조명, 에반게리온, 젠하이저 hd 600, 코만단테, 아이패드..

trivial 2021.05.27

5월의 끝을 향해

아토피 약의 결과 피부가 제법 깨끗하다. 지금이 인생의 전성기인 듯. 아토피와 공황 없는 삶이란 얼마나 행복할까. 피부가 좋아졌어요. 출간 기념 전시 중이래요. 어제는 날이 너무 좋았어요. 등등 별 거 아닌 잡소리를 트위터에 적을까 했지만 역시 참았다. 사실상 내 삶에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일상을 전시할 필요가 없으니. 그리고 반응을 기대하는 나의 의존을 줄여야 함이 마땅하다. 요즘의 새로운 고민은 bar에 관한 책을 써야하나 싶어서. 대단한 판매도 기대하기 어렵고, 그럼에도 만드는 과정에서 귀찮을 일이 다 예상되기에. bar에 방문하고, 출판 동의를 받고... 등등. 어디까지나 즐거워야 할 수 있는 일인데, 모든 열정이 식은 지금은 한참 늦은 것 아닌지. 조속한 시일 내에 편집장님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

trivial 2021.05.20

아토피 약 그리고

근래 공황으로 무척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든 약을 안 먹고 스스로 이겨내려 하지만 매번 패배. 어디서 샘솟는지 아리송한 불안과 두려움. 그래도 약을 먹으면 거대한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간혹 1.5배의 양을 먹을 때가 있어서 스스로 경계도 하고. 이 불안은 어떻게 없애는가 조금은 학문적인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대책은 1.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 삼가 ex) 트위터 멀리하기 2. 공황이 오면 자주 글 쓰기 3. 몸을 많이 움직이기 4. 알랭 드 보통의 매일 조금씩 읽기 5.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근심하지 않기 오늘은 솔 르윗의 편지를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낭독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작은 다짐을 했다. 아. 그리고 제목이 저런 이유는 이상하게 아토피 약을 먹었더니 불안이..

trivial 2021.05.14

낮잠

희대의 개꿈을 꾸었다. 낮잠을 잘 경우 특이한 내용의 꿈을 꾸면 자는 내가 꿈을 계속 보고 싶어하는 관람자인양 좀처럼 깨려 하지 않는다. 오늘은 내가 뭔가 이상한 곳에서 커피를 내려마시려고 하는 장면부터 기억이 난다. 그곳은 남녀 공용 화장실이고, 줄이 길었다. 그런 상황에서 커피를 내리고자 문을 걸어 잠글 수 없으니 여성들에게 양보하고 어쩌고 하다 보니 계속 커피 용품을 들고 집에 있었다. (중간에 스타워즈를 보러 극장에 갔던 것 같다.) 집은 평범한 근생 건물 2층 같은 느낌인데, 내 물건들이 다 치워져있고 내부는 학원 같은 인테리어로 바뀌었다. 형은 나에게 부모님이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윽박질렀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버지가 학원을 하는데, 임대료를 아끼고자 집을 학원으로 바꿨다..

trivial 2020.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