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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배려 2022. 8. 17. 02:53

공황 10년차가 되면 세상 모든 게 다 무서워진다.

오늘은 갑갑한 내 인생이 너무 무서웠다.

지하철에서 가쁜 호흡을 하다가

롤러코스터 내려갈 때 느끼는 하반신 허전한 기분도 참다가

결국 자낙스 반 알을 먹고

그러다 갑자기 yj에게 어디냐는 톡이 왔다.

 

우연찮게 너무 가까운 곳에 있었고

언제나처럼 찾아온 공포를 알콜로 절일 필요가 있어서

집을 목전에 둔 21시 30에 흔쾌히 술자리에 응했다.

 

(중략)

결국 신사동-평창동-집의 복잡한 여정을 감내했는데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장 큰 불안의 하나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것 보다

지금 나의 위치 때문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강의를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

최소한의 범위를 움직이며, 최소한의 인간을 만나고,

예측 가능한 일을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한다.

그간의 10년을 생각해 볼 때 강의를 하면서 보낸 시간은 이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내 업역을 쌓아야겠다.

 

* 내일은 운전을 해야하나 라는 의무감 때문에 더 무서워졌다.

나는 왜 이렇게 운전이 무서울까. 결국 도로에서 불특정다수를 만난다는 그 개념,

그리고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고, 욕도 먹고 싶지 않다는 조심스러움 때문.

그래 옛날에 그랬었지, 하하, 하고 웃을 날이 오려나?

 

* 9월 13일의 기록

8월 25일에 yj와 또 술을 마셨던 게 기록이라면 기록.

그리고 여전히 운전을 하지 않았다.

매일같이 차를 몰고 나갈까 생각은 하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 까닭. 자전거는 잘 타면서 자동차는 왜 기피할까.

결국 내 뜻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