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l

운전을 했다.

배려 2022. 9. 24. 01:25

드디어 처음으로 강을 건넜다.

정말 하고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나마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고 스스로 독려한 끝에.

하지만 명동 근처 갈 때까지 심장이 벌렁벌렁.

 

내 사고의 메카니즘은 이렇다.

1. 길은 아는데 정확한 차선은 모른다

2. 그래서 필요에 따라 차선 변경을 해야 한다

3. 그런 과정에 민폐를 끼칠 것 같다

4. 아 이렇게 쓸데없이 불편할 데가(지하철 탈 땐 그 어떤 폐도 끼치지 않는데)

 

그래도 필운동 사무실 갈 때까진 큰 문제가 없었다.

한 낮의 유쾌한 라디오가 운전자에게 주는 효용을 체감했다.

그러다 모두의 주차장 앱에서 자리가 있다고 한 곳이 막상 결제 불가였던 게 문제.

금요일이라 인근 공유 주차가 풀 부킹.

결국 길 건너 어드메로 가야했는데,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위치라 가는 데 꽤 애먹었다.

 

그렇게 애써 갔는데, 예약 결제때와는 달리 웬 차가 주차중이었다.

차주에게 전화해서 빼달라고 하고 어쩌고 하는 과정이 너무 귀찮았다.

여기저기 찾아보다 도무지 근처에서는 대안이 없네?

그래서 지정 주차 결제를 한 연대를 갔다.

 

이곳도 어차피 스타트를 끊어야 했던 곳이니 그게 오늘이구나 싶었다.

역시나 중간중간 차선을 헤맸지만 그래도 초보운전 스티커 덕인지 잘 도착했다.

연대에 주차를 마치고 다시 필운동으로 버스를 탔다.

이 무슨 뻘짓인가.

 

남산 터널 혼잡통행료 면제 시간에 맞춰 다시 연대로 향했다.

광화문에서 시청쪽으로 우회전을 해야했는데, 차선을 헷갈려 그냥 을지로로 직진했다.

안국역에서 우회전을 해야했는데, 타이밍을 놓쳐 더 멀리 갔다.

그래도 3호 터널을 타긴 싫어서 다시 청계천을 지나 회현동으로.

이후부터는 술술 직진으로 잘 가서 무사 귀가했다.

차선 변경을 20번은 했을 텐데 욕 먹지 않았다.

사회의 따뜻한 온정을 느끼고,

일면식 없는 시민이지만 내 방어막이 될 수 있다는 희망 회로를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수 많은 만화에서의 교훈을 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말 못하는 기계라 치부했지만, 차는 인격을 갖춘 나의 파트너였다고. (물론 농담입니다)

생각보다 차의 성능은 괜찮고, 특히 안전에 관해서 여러 센서가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내 실력에 어디 하나 긁지 않은 것이 좋은 반증.

 

내일도 차를 가지고 나가려한다.

늦게 배운 도둑질 어쩌고를 증명해야지.

첫 도하+연대 주차 기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