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l

bar와의 결별

배려 2022. 5. 16. 05:07

이젠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중년이고,

벌이는 시원찮고, 물가는 오르고,

그간 나는 왜 열쳤다고 그리 술을 쳐먹고, 펼치지도 않을 책들을 사재꼈나 후회하고 있다.

주문한 핫토이 루크 스카이워커를 받기도 전에 팔아야하나 고민 중.

취소가 가능하다면 USM도? 아니 근데 중도 취소는 물 건너갔고

삶에 활력을 줄 것 같으니 매일 어루만지며 일 하는 힘을 내보자.

 

1등으로 아껴야 할 것은 술.

bar와는 안녕이고, 술도 2개 정도만 사서 가끔 마시는 정도여야겠다.

어차피 요즘 바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중심 손님의 연령대가 어려서 내가 낄 곳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계속 혼자 가고, 그래서 왁자지껄한 바의 분위기에 도움이 안 된다.

90년대의 강남역 나이트에 30대가 가려고 하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말을 했지만, 불과 일주일 전, 참 바에 가서 역대급으로 계산을 했다.

칵테일은 칼로리가 높아서 위스키를 마시다 보니

그리고 어린 바텐더들이 열심히 일 하는 게 대견해서 옥토모어 같은 거 사주다보니

내가 먹은 것 보다 사준 술값이 더 많았다.

무슨 재벌 아들이라고 이러는지 원.

 

'바는 밤에 문을 여는 병원이다. 영혼을 치유하는 병원이다.'

만화책 바텐더에 나오는 이런 개소리에 취해 바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괜히 밤의 병원을 찾다가 낮의 병원을 더 자주 가게 될 팔자가 될 일이다.

지난 병원의 경험에서 느꼈던 후회와 반성, 겸허했던 자세를 잊지 말자.

 

Last Word를 마시며 비장한 마음을 다지고

Old Pal을 마시며 결별 할 일이다.

 

* p.s. 의지가 2주를 넘기기 힘들군. 27일에 연희동 바에 다녀왔다.

  처음부터 가려고 했다기 보다는 어색한 상황을 맞이하면 도피하듯 말을 꺼낸다.

  내가 뭐라도 결정해야 한다는, 누구도 주지 않은 부담 때문에 불쏘시개를 던지고 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