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l

030718

배려 2003. 7. 18. 23:06
* 오늘 본의 아니게 죽음에 관한 포스팅을 연달아 하게 되는데, 이 그림을 그릴 당시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어머니가 아이를 던지고 본인도 투신했는지, 아니면 막상 자신은 겁이 나서 뛰어 내리질 못했는지, 분명한 건 어린 한 생명이 모정이라는 탈을 쓴 어미 손에 의해 사라졌다는 뉴스를 접했었다. 
부모가 죽고 나면 어린 자식들은 불행하게 살 것이 뻔하니 길고 긴 생의 고통을 미리 없애준다는 발상은 너무나 교만하다. 내가 낳은 자식이니 내 손으로 운명을 결정 짓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언제 아이가 들어 섰는지도 빨라야 몇 주 뒤에나 병원에서 알 수 있는 것이고 착상된 날짜나 출산 날짜도 어디까지나 예상일 일 뿐. 수정란이 만들어 지는 것도, 아이가 태어나는 것도 어디까지나 근사치이며 인간이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부모란 그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만 기여했을 뿐 생명이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얻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죽음을 결정할 자격이 있다는 것인가. 영화 가타카나 소설 은하영웅전설처럼 과학이 발달해 미리 태아의 유전적 형질을 분석할 수 있다면 완벽하지 않은 아이는 그냥 죽어야 하는 건가. 어머니께서 나를 가지셨을 때(물론 지금도 그러하시지만) 몸이 많이 약하셨다. 어머니만 쏙 빼 닮은 나는 그래서 인지 이렇게 여러가지 질병을 안고 골골대고 있지만 단 한 번도 그런 이유로 부모를 원망해 본 적이 없다. 
가난하다고 해서,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원하던 아이가 아니라서 등등... 비록 삶은 쉽지 않겠지만 계속 이어갈지 아닐지 여부는 본인의 손에 달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