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제대로 된 '기획설계'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대신에 아파트 형태 만큼이나 천편일률적인 과업지시서나 최대 용적률에 맞춘 정량적 지표만이 제시된 보나마나한 규모 검토서가 난무한다. 어떤 장소에 있는지, 누가 살게 될지도 모른 채 규모만 구하다 보니 사회적 어젠다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고사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이 되어버린다.


더욱이 설계의 각 단계가 인허가단계별로 관리, 정산되고 있기 때문에 품질향상을 위해 소요되는 연구조사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진행되는 수많은 설계변경 등에 관한 품삯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 시간-기반의 설계비 산정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


장자는 공감을 '존재 전체로 듣는 것'이라고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생, 공유, 공감: 집합의 공간_신승수


소위 인간의 '실존적 고뇌'란 근대사회에 들어 갑자기 복잡해져 버린 사회적 관계들, 그 속에서 부딪히는 삶에 대한 느닷없는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아파트 50년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지화전략'과 '시장주택전략'이다.


1961년 마포아파트단지 이래 1990년 최초의 영구임대아파트단지가 지어질 때까지 30년간 한국 사회에 공급된 모든 주택은 시장주택, 즉 판매용 주택이었다. 임대주택이라는 이름이 붙더라도 모두 '3년, 혹은 5년 임대 후 분양'하는 주택들이었다.


전국의 주택 중 62.1%가 아파트(연립주택 3.7% 포함, 2010년 통계)이고 단지 수가 2만 878개에 단지 당 평균 주택 수가 346호이다.(2007년 통계) 집을 350개씩 묶어서 담장을 치고 저들끼리 따로 살게 한 소집단이 전국에 2만여개가 깔려 있고 여기에서 온 국민의 2/3가 살고 있다는 얘기다.


골목길로 서로 접속하고 있는 동네의 경우는 주민 개개인의 욕망을 시민사회 공통의 욕망으로 결집시키고 정치적 문제로 진전시킨다. 그러나 이에 비해, 아파트 단지는 주민 개개인의 욕망을 시민사회와 따로 놀게 한다.

아파트단지- 집의 집합방식과 접속방식_박인석 교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