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디자인 회사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서식한다.
직원이 아니고 직함도 없는 나는 사무실에서 배선생님으로 통하고 원래 다른 이름이 있었던 이 고양이는 어느 날인가 부터 고선생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리안숏헤어인데 미국까지 건너 가 나도 못 먹어 본 미국 물을 먹던 놈이다.(중성화 수술을 받았지만 그래도 수컷으로 쳐 주마) 어렸을 적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건지 사람을 경계하고 틱 장애 환자처럼 가끔씩 몸을 움찔 움찔거리지만 그래도 사무실에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특유의 방어적인 성격은 많이 유화되었다. 먹는 거 좋아하고, 구석탱이를 귀신같이 찾아 들어가 있고, 성격 장애가 있는 면들이 마치 나의 분신을 보는 것 같아 가급적 예뻐해 줄려고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배가 고파서 밥 달라고 우는 소리 정도는 구분할 수 있으니까 상당한 교감이 형성된 셈이다. 하지만 고양이 알러지가 있고 여기 저기 숨어 있느라 온갖 먼지를 뒤집어 쓴 녀석을 보통 가정의 고양이 만큼 귀여워 해 주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미션이다. 언제쯤 사람을 봐도 도망다니지 않고 순순히 목욕 물에 몸을 맡길런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오기사디자인에서 뭔가 호칭이 불 분명한 존재들은 선생의 호칭을 부여받는데 최근 영어회화 수업을 위해 영입했다가 나처럼 자기 개인 작업을 위해 가끔 회사를 방문하는 영어 선생 마이클이 마선생으로 불리울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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