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만에 M을 만났던 화요일 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공허로 가득찬 몸을 안고 역삼동에서 집까지 걸었다.
그러다 만난 고양이 한 마리.
자동차 아래에 쭈그리고 앉아 죽어가던 녀석을 찍었다.
저주내린 듯 피부병이 온 몸에 퍼졌고, 며칠을 굶었는지 도망칠 기력도 없을 정도로
녀석은 생과 사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곡예 중이었다.
그 안 돼 보이는 모습에 (유치하게도)내 처지가 오버랩 되었다.
그래서 난생 처음 수퍼에 가서 쏘세지를 하나 샀다.
단돈 오백원 짜리 천하장사 쏘세지.
원래 고양이에게 염분이 많은 음식을 주는 건 안 주느니만 못하지만
곧 숨이 멎을 지도 모르는 녀석에게까지 엄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쏘세지 껍질을 벗기고 먹기 쉽도록 손으로 으깬 뒤 녀석에게 가져가자
어디서 그런 기운이 생겼는지 발톱을 세운 손으로 빠르게 쏘세지를 낚아챘다.
어차피 너를 주려고 산 건데 무엇이 너를 이토록 모질게 만들었니.
아픈 마음으로 녀석의 주변에 쏘세지를 툭 툭 던져 주었다.
순간, 첫 만남에는 미동도 않던 녀석이 먹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너무 허겁지겁 먹어서 인지, 아니면 병든 탓인지 녀석의 입가엔 뿌연 거품이 일었다.
나는 녀석이 배를 채우는 모습을 보고 일어섰다.
손가락에서 화학적으로 구현한 달콤한 돼지향이 풍겨왔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M을 만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