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1번 버스가 활성화 되었을 때에는 KCC 앞에서 단국대 가는 버스를 타고자 반포고 옆 길을 자주 걸었다.
그런데 정책이 바뀌고 8101번이 1101번의 완행 버스가 되면서 한동안 그쪽에 갈 일이 없었다.
더욱이 예전에는 신논현에서 술을 마시고 걸어서 집에 오는 길이 종종 있었는데, 그때에도 반포 자이쪽 건널목을 택해서 반포고 쪽을 볼 일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기분인지 그 길을 걷고 싶었다.
당연히 별 생각이 없을 줄 알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숏컷이라 생각해서 택했지 달리 무슨 이유가 있었겠는가.
그런데 학교의 모습을 보자마자 울컥 감정이 터져나왔다.
90년대 중반의 내 모습이 떠오르고, 그때의 학교 생활이 바로 옆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나도 그렇지만 건물 또한 그때의 모습을 잃었다.
붉은 타일이 촌스러웠다 생각했는지 금속 표피를 덧씌웠는데 비록 그런 형상이어도 오래 전의 기억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건물은 엄중하게 나를 꾸짖는 듯 했다.
과거의 올곧고 타협하지 않았던 나는 어디갔느냐고.
지금의 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형편없는 인간에 불과했다.
건물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이런 나를 상상도 못했겠지.
과거의 나에게, 내가 좋아했던 장소에게 부끄러운 삶이고 싶지 않았다.
한동안은 누구를 비판하거나 쓴소리하는 일은 못하겠다.
나부터 제대로 된 인간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