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관심을 살만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임에 틀림 없다. 비록 그것이 인생의 해답을 알려 줄 만큼 대단한 열쇠를 기대해서가 아니라 그저 쉽게 흘려 보내는 형식적인 질문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같은 질문을 받게 되는 상황이 썩 즐겁지만은 않은 요즘이다. 물론 내가 베일에 싸여있다거나 비밀스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고 그저 어딘가에 소속돼서 일 하는 신분이 아니다보니 그냥 나의 상황 자체가 자연스럽게 그런 질문들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일의 퀄리티보다는 프로세스의 효율성에 손을 들어주는 나란 사람은 똑같은 소리를 반복해서 내뱉거나 듣게되는 상황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꾸물럭 거리든 식빵을 굽든 그저 알아서 살게 내비 두길 바라는 고양이과 이다.(하지만 배고플땐 동거인의 다리에 뺨을 부빌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러 이러한 일을 하고(또는 하고 싶고) 지내요라며 나름 명함을 하나 만들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상대방의 사소했던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는 촉매제가 된 것 같다. 그럴때는 그냥 회사의 이름 속으로 속 편하게 스스로를 투영시켜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OO물산, XX전자, ++은행 등을 다니는 친구들에게는 어느 팀에서 일하느냐라고 딱 한 번 묻게 되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 밖의 업무에 관련된 사항은 홍보팀에서 열심히 대변해 줄테니 말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 신상에 관련된 사항을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사기를 맞았으면 맞았다고 하고, 회사를 관뒀으면 관뒀다고 하고, 몸이 아프다면 아프다고 솔직히 얘기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무언가를 숨김으로써 혹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최대한 줄이고 싶기 때문이다. 더 길게 설명해야 할 나중을 위해 미리 미리 보고하는 마음이랄까.

어쨌거나 딱히 얘기해 줄 일이 있지도 않은데 상대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근황을 물어보면 난감해진다. 싸이월드나 블로그 처럼 새로운 글이 떴을 때 바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현실 속 만남에서는 불가능한 이상 결국 내쪽에서 자신의 홍보를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결국 블로그를 열심히 가꾸어서 형식적인 질문을 미연에 방지하느냐 아니면 앵무새같은 답변을 계속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내가 판단하고 내가 책임질 문제인 것이다. 애초에 '요즘 뭐 해?', '책은 다 썼어?', '책 언제 나와?' 같은 질문들 보다는 '별 일 없어?', '밥 먹었어?', '그거 봤어?'와 같은 보다 덜 구체적인 질문들을 선호한다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자기 반성을 하고 있는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책 언제 나오냐구요?
네덜란드 건축 가이드북은 아마도 여름 이후에.
아이들을 위한 건축책은 내년 봄에.
그 밖에 다큐멘터리 하나 찍고 싶구요, 단편 소설도 쓰고 싶고, 소품 디자인하면서 사진도 찍고 싶어요.
공부하면서 책 쓰는 분야가 아니었으면 책이 벌써 나왔겠죠. 
이제 건축책은 그마아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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