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리뷰 당첨 리뷰글입니다]
실직, 실연, 지독한 우울증.
정말 살풀이 굿이라도 한 판 벌여야 할 정도로 지독한 재난들이 당신에게 겹친다면? 땅 속 깊은 곳에서 안전하게 자라던 직장, 연인, 온건한 정신이란 알토란들이 어느 날 갑자기 송두리채 뽑혔다. 찰지게 여문 수확의 시기도 아니라 미처 만반의 대처를 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사람은 토란과 같은 줄기 식물과 달라서 그깟 알 몇 개 잃는다고 거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하나라도 잃으면 생사의 기로에 설 만큼 위태롭게 되는 소중한 장기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불운하게도 지금의 내 처지도 이 책의 주인공 카로 헤르만과 그닥 다를 바 없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카로가 정신적 공황 상태와 우울증에서 헤쳐나올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랑의 회복을 중요시한다면, 나의 경우는 사회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픈 욕구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이건 남녀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아니면 사회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 일 수 있다. 국내 출판사에서 한국판 제목을 따로 정한 건지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지 여부에 저자는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 믿음, 소망, 사랑 중 으뜸은 사랑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그럼 과연 이 책은 그렇게 중요한 '사랑'에 대해 작가 특유의 비법을 담고 있는가? 독자에게 자신만의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는가? 비행 직전 기내에서 위급시에는 이런 방식으로 대처하면 된다고 차근 차근 요령을 동작과 함께 알려주는 승무원처럼 노골적이진 않더라도 주인공 카로의 삶을 통해 일종의 프로토콜을 은연중에 알려줄 거라 기대했었다. 아마도 책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그런 걸 기대했을 것이다. 저자가 요즘 독일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칼럼니스트라면 모두에게 호응을 얻을 수 없을지라도, 비록 그것이 오답이라도 일단 자기가 가진 패를 꺼내 보여줄 의무가 있지 않았을까. 내가 볼 때 카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안고 간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심리와 지독한 농담을 지껄여대며 민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족과 친구에게 의존적이다. 한마디로 괴팍한 성격에 이기적이기까지 하다. 우울증 때문일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수도 없이 눈물을 쏟아낸다. 눈물샘이 한일자동펌프에라도 연결되었나 싶을 정도로 보고 있자니 거북해진다.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이 힘겨웠다면 그건 카로 헤르만이라는 인물에 투영된 작자의 정신없는 말투와 성격 때문일 것이다.
그럼 이 책의 장점은 무엇일까. 누군가 이 책을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정신과 의사, 심리치료상담사와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에 있다. 마치 저자의 실제 경험이 아닐까 의심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사실적이다. 의사를 만나는 과정이나 상담 방식, 그리고 의사의 분석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롭고 의미심장하다. 사랑을 회복할 방법에 대해 알려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제 정신으로 살 수 있는 길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울 만큼 얘기해준다. 누군들 가족과의 불협화음이 없었겠는가. 누군들 자신은 충분히 사랑받고 산다고 만족해 하겠는가. 인생이란 조금만 기름칠에 소홀해져도 금새 삐걱거리는 존재인만큼, 독자 모두에게 통용될만큼의 문제가 카로의 입을 통해 상담 테이블에 올라오고 해답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된다. 이때만큼은 카로에게 독자의 심정이 투영되는 법이다. 따라서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너무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사랑 뿐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이유에 의해 넝마가 된 내면을 어떻게 세탁하고 널어서 다시 깨끗하게 입을 것인가에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고 걸어가기엔 저자가 심은 화려한 비유들로 이루어진 문자의 정원이 난해하기만 하다.
★☆
실직, 실연, 지독한 우울증.
정말 살풀이 굿이라도 한 판 벌여야 할 정도로 지독한 재난들이 당신에게 겹친다면? 땅 속 깊은 곳에서 안전하게 자라던 직장, 연인, 온건한 정신이란 알토란들이 어느 날 갑자기 송두리채 뽑혔다. 찰지게 여문 수확의 시기도 아니라 미처 만반의 대처를 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사람은 토란과 같은 줄기 식물과 달라서 그깟 알 몇 개 잃는다고 거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하나라도 잃으면 생사의 기로에 설 만큼 위태롭게 되는 소중한 장기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불운하게도 지금의 내 처지도 이 책의 주인공 카로 헤르만과 그닥 다를 바 없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카로가 정신적 공황 상태와 우울증에서 헤쳐나올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랑의 회복을 중요시한다면, 나의 경우는 사회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픈 욕구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이건 남녀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아니면 사회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 일 수 있다. 국내 출판사에서 한국판 제목을 따로 정한 건지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지 여부에 저자는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 믿음, 소망, 사랑 중 으뜸은 사랑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그럼 과연 이 책은 그렇게 중요한 '사랑'에 대해 작가 특유의 비법을 담고 있는가? 독자에게 자신만의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는가? 비행 직전 기내에서 위급시에는 이런 방식으로 대처하면 된다고 차근 차근 요령을 동작과 함께 알려주는 승무원처럼 노골적이진 않더라도 주인공 카로의 삶을 통해 일종의 프로토콜을 은연중에 알려줄 거라 기대했었다. 아마도 책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그런 걸 기대했을 것이다. 저자가 요즘 독일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칼럼니스트라면 모두에게 호응을 얻을 수 없을지라도, 비록 그것이 오답이라도 일단 자기가 가진 패를 꺼내 보여줄 의무가 있지 않았을까. 내가 볼 때 카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안고 간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심리와 지독한 농담을 지껄여대며 민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족과 친구에게 의존적이다. 한마디로 괴팍한 성격에 이기적이기까지 하다. 우울증 때문일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수도 없이 눈물을 쏟아낸다. 눈물샘이 한일자동펌프에라도 연결되었나 싶을 정도로 보고 있자니 거북해진다.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이 힘겨웠다면 그건 카로 헤르만이라는 인물에 투영된 작자의 정신없는 말투와 성격 때문일 것이다.
그럼 이 책의 장점은 무엇일까. 누군가 이 책을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정신과 의사, 심리치료상담사와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에 있다. 마치 저자의 실제 경험이 아닐까 의심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사실적이다. 의사를 만나는 과정이나 상담 방식, 그리고 의사의 분석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롭고 의미심장하다. 사랑을 회복할 방법에 대해 알려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제 정신으로 살 수 있는 길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울 만큼 얘기해준다. 누군들 가족과의 불협화음이 없었겠는가. 누군들 자신은 충분히 사랑받고 산다고 만족해 하겠는가. 인생이란 조금만 기름칠에 소홀해져도 금새 삐걱거리는 존재인만큼, 독자 모두에게 통용될만큼의 문제가 카로의 입을 통해 상담 테이블에 올라오고 해답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된다. 이때만큼은 카로에게 독자의 심정이 투영되는 법이다. 따라서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너무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사랑 뿐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이유에 의해 넝마가 된 내면을 어떻게 세탁하고 널어서 다시 깨끗하게 입을 것인가에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고 걸어가기엔 저자가 심은 화려한 비유들로 이루어진 문자의 정원이 난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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