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더워서 잠을 못 자고 뒤척이는 동안 단편 소설 하나를 마징가 눈에서 레이저 쏘듯 쭉 쭉 뽑아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밀린 글들도 많은 주제에 감히 언제 연재될지 보장할 수도 없는 소설을 예고하자면...제목은 '매트릭스에 갇힌 남자'이며 일종의 히키코모리의 일화를 다룰 것이다.
- 예 고 -
"나는 사람들이 나 같은 은둔자를 한심하다는 듯이 폄하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옛날에 내가 초등학교 시절엔 말이지 아폴로 달 탐사선이 착륙을 시도하던 역사적인 순간을 생중계 하셨다고 해서 아폴로 박사라는 별명까지 얻은 조경철 박사라고 있었어. 요즘 뭐 국민 아이돌이다, 국민 여동생이다 그런 말이 있지만, 그 때 그 분 이야말로 진정 국민 박사였지. 그런데 난 그 분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은데, 조경철 박사 만큼 유명한 과학자가 또 계셨거든. 김정흠 교수라고. 이 분은 물리학자셨는데 꽤나 과학 서적을 많이 출판하셔서 당시 아이들에게 2000년대의 미래상을 심어주신 분이야. 물론 그 때 장담하던 것처럼 누구나 별 나라를 여행 하거나 가정용 로봇이 내 할 일을 대신해 주지는 않지만 말야, 그래도 그 때의 예상이 훌륭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 있어. 난 그게 바로 정보통신 분야의 발달이 아닌가 싶어.
70년대 생각하던 미래는 말야 집 에서도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세상이였어. 컴퓨터로 일 하다가 화상 회의도 하고, 아프면 의사랑 일대 일 상담을 받는 거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나 비슷하지 않아? 보통은 회사로 출근을 하겠지만 재택 근무만 하는 사람도 어딘가엔 있을 거 아냐. 메신저 있겠다. 화상 카메라 있겠다. 이메일 쓰겠다. 핸드폰 있겠다. 안 될 게 뭐 있어? 신용카드로 세금도 결제하지. 홈 쇼핑하면 택배로 배달해 주지. 공부 하고 싶으면 사이버 강의 듣지. 전화로 외국어도 배워. 티비로 영화도 다운 받아 봐. 몸이 아플 때 병원 가야 하는 것 빼고는 작은 방 안에서도 정말 완벽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잖아. 암스테르담에 최근 국립 도서관이 새로 지어졌는데 그거랑 똑같은 모습의 3d 건물을 세컨드 라이프에도 만들었대. 집에서 세컨드 라이프 오락 하다가 책이 읽고 싶으면 건물로 들어가서 전자 도서를 읽고, 빌려서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미리 예약할 수도 있어. 가상 현실에서의 행동이 실제 생활에도 반영이 된다는 거야.
인터넷 속도 빨라지는 거 봐바. 거기다 요즘엔 티비 하나로 다 되잖아. 사회적 시스템이 자꾸만 사람들을 한 장소에 귀속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가만히 앉아서도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인데 왜 룰을 적극적으로 따르는 내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난 그게 이해할 수 없다는 거야. 그래도 결국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이라고? 뉴스 틀면 매일 터져 나오는 얘기가 서로 싸우고, 속이고, 죽이고 이런 것들 뿐인데 굳이 염증만이 가득하고 폭력적인 세상에 내가 나갈 가치가 충분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