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7월에 작성한 글을 옮겨왔습니다.

요즘 기사에서 보셨죠? 
금전적 손해를 마다해서라도 세계 최고층의 건물을 짓겠다는 롯데 회장의 꿈이 정부에 의해서 제동이 걸린 이야기를요...
물론 신격호 회장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즘 중국이나 중동에서 도시의 아이콘을 만들고자 벌이는 높이에 대한 경쟁이 더욱 가속화 되는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까운 마음 입니다. 뭐 건축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요즘과 같은 과열은 그리 걱정스러운 일만은 아닐 것 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요구가 넘치는 만큼 회사의 규모가 성장하고 정신없이 새로운 것을 토해 낼 
기회를 만들어 주니까요.

이미 건축에 있어서 기술적인 성취는 더이상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감히 표현해내지 못하는 공간들이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이를 구현하는 하드웨어의 조화로 인해 이제는 돈만 충분하다면 만들지 못하는 건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로 인해 더 크게, 더 빨리, 더 과감하게, 더 아름답게...이러한 모토들만 즐비해지고 있습니다. 도시는 점점 삶의 무대가 아니라 스펙타클한 광경을 위한 배경이 되고 있으며 찬란한 이미지만을 생산해 내고 그 이면의 진정한 삶의 의미는 퇴색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분이 14년간이나 키워 온 꿈을 몇마디 짧은 글로 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꿈을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이해하고 즐기고 감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2007년 새해 초. 세계 각 도시들의 카운트다운 장면을 보면서 그 화려함에 멍하니 티비를 보고만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런던과 대만이었는데 런던아이와 타이페이101을 이용하여 꿈 같은 불꽃놀이 쇼를 보여주었었죠. 특히 타이페이101은 그 높은 건물이 
마치 다이하드에서 건물이 폭파되듯 층층이 차례로 번쩍이는 모습, 그리고 데미를 장식하는 꼭대기에서의 거대한 불꽃 한방이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절로 탄성이 나오더군요.

네덜란드는 역사적으로 아이콘이나 모뉴먼트를 만드는 일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돈이 있거나 틈만 나면 댐을 만들고 보수하고 선로를 깔고 저소득계층을 위한 주택 연구를 하고 이렇게 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하는게 그네들의 관심이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새해 초만 되면 보잘 것 없는 행사가 담(Dam)광장에서 펼쳐집니다. 마땅히 보여줄 타워도 없고, 디제이 불러서 사람들 술 먹고 춤 추게 흥을 돋구는 것이 행사의 전부 입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거의 모든 가정에서 불꽃놀이 재료를 사서 개개인들이 화려한 새해 초를 만드는데 일조 하지요. 국가적으로 계획하는 대규모 볼거리는 없지만 모든 가정에서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는 작은 폭죽들이 모이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빛의 대 합주가 연출됩니다.
(검소하고 실용적이고 사회참여적인 그네들의 문화가 고무적입니다.)

일본의 기업들은 전략적으로 다른 선진국의 문화활동에 재정지원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일본인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유명한 뮤지엄의 증축비를 댄다던지 오래된 벽화의 복원 비용을 지원한다던지 하는 일들이 개인적으로 너무 부러워 보였고 외국 사람들에게 국가 이미지를 부양하는데 좋은 역할을 할거라 생각 됩니다. 롯데가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어려운 사람을 위해 혹은 수익과 관계없는 문화, 예술 활동 지원에 전념하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신격호 회장의 꿈이 단순한 높이를 위한 열망이 아니라 그 이상의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고 싶은 것이라면 다른 쪽으로도 얼마나 좋은 방법이 많은 가를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잠깐 빤짝 기록되고 몇달 후 다른 프로젝트로 인해 관심 밖으로 멀어지기에 건축이란 존재는 너무 많은 의미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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