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영화에 실망한 이유는 순전히 포스터 때문이다.
'놓치면 후회할 놈들' '바다를 건너는 한탕' '두 남자의 위험한 거래'
밤 바다의 짙은 청색과 마천루들을 배경으로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연기자 둘이 비장한 표정으로 등장하였다.
'보트'라고 무식하게 큰 제목은 쾌속정을 의미하듯(물론 우측 하단에 초라한 보트가 나와 있지만) 역동적으로 휘날리고 있다.
이쯤되면 이 영화의 장르를 짐작했을 때 '스릴러'나 '액션' 쯤으로 치부해도 되지 않을까?

나의 선입견에 감독은 보란듯이 코믹 휴먼드라마를 선사하였다.
파스텔톤의 배경에 두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포스터만 준비했었어도 그렇게까지 영화에 대해 실망하진 않았을 것이다. 두 시간에 가까운...지겹도록 긴 러닝타임에 굳이 매달리고 싶지 않은 놈들이 나와서 한탕은 커녕 0.2탕 정도로 긴장감이 떨어지는 거래가 이루어진다. 

감독은 한국인이지만 내용은 일본 만화같이 엉뚱하고 초현실 적인 방향으로 전개되며 이야기의 무대도 일본이다. 일본인들에게 과연 이 영화는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 츠마부키 사토시는 그의 필모그라피에 있어 큰 오점을 범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여 준 지인은 그래도 나름 흥미롭게 봤다고 하니 사람의 취향이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인가. 나중에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서도 분명 세상 어딘가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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