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물건이 새 것의 냄새를 풀풀 풍길 때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기는 없다.

새 구두를 신으면 누군가에게 잘 밟히고, 새 옷을 입으면 어디에선가 이상한 기름 때가 묻고,

새 노트북을 사면 커피를 엎지를 확률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라고 하면 더 얼굴이 굳어지는 것처럼

새 물건을 두르고 외출을 하면 평소와 다른 긴장감을 냄새 맡고

잡스런 불행들이 몰려오기 마련이다.

새 물건에 대한 설레임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오감이 예민하게 확장되어 세상을 느끼는 정도가 확연히 차이 난다.

'아, 세상이 이렇게나 위험한 요소들로 촘촘하구나' 다시 보게 된다.

하물며 물건을 사도 그럴 지인데,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존재가 곁에 생긴다면

삶은 한편 얼마나 불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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