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쇼핑을 무척 많이 하였다.

세인트 제임스 매장에 들렀다가 그네들이 수입한 일본산 린넨 바지도 확 지르고,

애슝 작가의 원화도 구입하였다.

난생 처음 누군가의 그림을 돈 주고 산 것이다.

인터넷으로 세인트 제임스 티와 이솝 손 세정제, 세안제를 질렀다.

그나마 직구 최저가로 구매하는 노력 정도는 보였다.

문스콜라보에서 10시부터 세일이 있어서 수강 신청 하는 대학생의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다가

순발력을 발휘하여 발뮤다 에어엔진 필터를 할인가로 두 개나 주문했다.

세일이라던가, 카드 청구할인이라던가, 하나 남은 사이즈는 구매자의 마음을 가만 두질 않는다.


어쨌든 바지는 생각했던 것보다 사이즈도 잘 맞고 품질이 만족스럽다.

세인트 제임스 티셔츠는 사이즈 고민이 있었는데 역시나 잘 선택했다.

이솝 손 세정제는 내가 굉장히 부유한 삶을 산다는 기쁨을 주고,

어차피 오래 쓰는 용량이라면 이 정도 지출은 정신적으로도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이솝 세안제는 홍콩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해 지금 택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수 년간 마음에 두었던 크롬 하츠의 악세사리를 오늘 구매하였다.

그 과정은 무척 신속했다.

신세계 본점에 가서 착용해본 뒤, 하나 더 큰 사이즈가 있는 청담 매장으로 직행했다.

8시에 폐점이라 해서 어찌나 서둘렀던지...

살벌한 가격이었지만 그나마 매장의 물품 중에서는 무척 저렴한 축에 속했다.

어쩌면 다음 달 시작하자 마자 귀고리도 구입할 지 모른다.

귀를 뚫지도 않았지만, 예전부터 크롬 하츠 귀고리가 맘에 들었고,

직원이 자꾸 구하기 쉽지 않은 물건이라고 부추겼기 때문이다.

뭐 그런 난데없는 구입을 발단으로 귀를 뚫게 될 지 누가 알겠는가.

어차피 내가 결정하는 나의 삶인데 심사숙고하든, 충동적이든...

나는 반지를 구입한 지금 무척 기분이 좋다.

그간의 우울했던 감정들이 순식간에 휘발되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그간 인간 관계로 너무 힘들었다.

많은 사람들의 연락처를 지웠고, sns의 관계를 정리했다.

사람은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법이다.

이제는 노력하는 관계에도 지쳤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저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나도 인간적인 대우를 원할 뿐이다.


나름의 운명이라고 치부한다.

이미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나는 혼자인 적이 많았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내 의지도 아니었다.

이제는 다시 섭리를 받아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인간에 대한 기대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애정을 준다면,

그 대상은 고양이나 사물이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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