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술을 먹으면 좋다.
요즘은 소주도 곧잘 먹어.
그런데 술기운을 이끌고 집에 가는 길은
평소 귀갓길보다 적적하고 심란하다.
술 마실 때의 즐거움은 앞으로의 기쁨을 땡겨쓰는 것이었을 뿐.
모든 것이 그렇다.
제스스로 마법처럼 솟는 일은 없어.
잔인하리만치 인과가 분명해.

2.
싫은 게 많다.
특히 의무감에서 자꾸 뭐라도 끄집어내서 건네야 하는 강의가 제일 싫다.
머리에 든 게 없어서 그렇다.
경험상 너무 잘 아는데, 혼자 일하는 것이 그리 유쾌하진 않다.
그렇지만 혼자 일하는 시간을 위해 내 자신을 다수에게 팔아야 하는 시간을 겪는 이 상황은 더욱 비극이다.
고만고만한 사람을 만나며,
내가 뭐라 하던 인생에 조금도 영향을 받을 리 없는 가벼운 관계(이를테면 대강당의 청중)로만 만나고 싶다.
되도 않는 조언을 하고, 크리틱을 하고, 성적까지 내는 직업은 진절머리난다.

3.
남들이 전시하는 삶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그 얄팍한, 중첩된, 투명한, 욕망의 한가운데로 돌아왔다.
부메랑은 돌아오는 궤적에 뒷통수를 맞을 때 더욱 치명적이다.
그들의 위선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다시 또 노력할 일이다.
성가 부를 때 바이브레이션을 금지시켰던 그 시대로 가자.

4.
싫은 게 많은 와중
언제나 제일 싫은 것은 나.
미세한 것들에 신경 쓰고 일희일비하는
얄팍하고 가난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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