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원빈의 아저씨는 아니다.
아줌마의 반대말 아저씨.
올해 유난히 아저씨로 거듭난 내가 신기하다.
맥주, 커피, 평양냉면의 맛을 깨닫고
덕분에 뱃살이 출렁거리고
머리숱은 적어졌으며
더이상 나이에 비해 어려보인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겨울이 되기도 전에 내복남이 되며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의욕도 없어
매일 같은 옷에 같은 운동화를 신고
전자제품을 결제할 때가 데이트 보다 더 설레인다.
외롭다고 징징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혼자 사무실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편안하다.
정말로 지금 먹는 약의 영향인지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줄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길고 긴 과정이 귀찮고
내 시간을 온전히 내 맘대로 쓸 수 있어 여유롭다.
지나가는 예쁜 여자를 보고 예쁘다고 당당히 말 할 수 있는 자유가 소중하고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사랑할수록 미안해지는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되고
나 때문에 슬퍼할 사람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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