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쑤신 것은 꽤 되었다. 네덜란드에 있을 때부터 좌측 어금니에 뭔가 이상이 있지 않나 의심해 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과에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 치과에 스케일링 하러 정기적으로 갔었지만 금으로 봉한 치아였기 때문에 의사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음식물을 씹을 때 본격적인 통증을 느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치과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몇 달 훌쩍 지나갔고 그러던 중에 인터넷에서 무서운 기사를 한 꼭지 읽게 되었다.

나는 바보같이 금으로 한 번 봉하면 그게 평생가는 줄 알았다. 눈으로 보기에만 멀쩡하면 괜찮겠다 했지 금과 치아의 틈새로 충치균들이 들어가 거대한 쉘터를 만들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97년에 어금니 곳곳에 금칠을 했으니 어언 12년이 다 되었다. 기사를 읽고 부랴 부랴 동네에서 용하다는 치과를 예약했을 때는 이미 많이 늦은 상태였다. 본래는 금니 아래에서 치아가 썪으면 세멘이 부식하고 금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나의 경우에는 금은 아주 단단히 붙어 있었고, 완벽하게 위장 된 치아 속으로는 완전 난리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플라그들은 이상향을 찾은 것이다. 

긁어도 긁어도 끝이 없다가 신경치료를 해야 하는 마지노선에 다가갔을 때 비로소 의사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거울로 한 번 안을 보라고 했을 때 괜찮다고 할 걸 파사드만 남은 어금니를 보고 있자니 괜히 미안하고 슬퍼졌다. 결국 그 치아는 크라운을 씌우기로 하였다. 그렇다. 초라해진 나의 치아에 금을 두른 인공 치아를 덮어 씌우는 것을 크라운이라고 하더라. 이제야 뒤늦게 왜 누구는 럭셔리한 금니를 끼고 있고 누구는 위에만 금이 살짝 봉해졌는지 깨닫게 된다. 그렇게 훈장을 달듯 고통스러운 치료 끝에 왕관을 쓰게 되었다. 가짜 이를 달고 있자니 이를 깨물 때 어색한 느낌이 나고 반짝 거림이 싫어 하품도 조심스러워 진다. 사실 아프고 어쩌고 하는 것 보다 치과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카운터에서 치료비를 선고받을 때이다. 손에 쥐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금이 과연 얼마나 쓰였을지 궁금하기만 한데 총액은 백만 단위를 넘어섰다. 물론 크라운 하나에 저 가격은 아니고 네덜란드에서 콜라 중독이었던 습관 때문인지 나머지 어금니들도 사정은 비슷 비슷했다. 일단 치아 점검을 하려면 필연적으로 기존의 금을 벗겨내야 하고 새롭게 덧 씌워야 하는데 참으로 값비싼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의사에게 치아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니 별다른 방법은 알려주지 않고 일 년에 한 번씩 스케일링 겸해서 점검받으러 오라고만 하였다. 밥 먹고 금방 이 닦는 것 외에는 특별한 왕도가 없나보다. 그래도 한국에 와서 콜라를 끊은 것은 참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피자와 햄버거를 먹을 때도 우유를 시키는 모범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지겠지.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치과를 다녀온지 일 년이 넘었다면 이번 기회에 꼼꼼히 점검 한 번 받아보길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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