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 '강원도의 힘'은 제목에서 부터 강한 끌림이 있다. 도대체 강원도에 있다는 힘은 무슨 힘이란 말인가. 당시 사람들은 감독의 이름보다 제목에 관한 호기심에서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라고 내 맘대로 결론 짓는다.) 그 뒤로도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밤과 낮' 등 일단 제목부터 먹어주는 작품 활동들을 펼치게 되는데 가장 정점에 오른 작명 센스라 하면 최근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논할 수 있다. 나의 사정과 심정을 백분 헤아려주지 못하는 상대에게 나즈막하게 한 마디 억울함과 섭섭함을 섞어 표현하는 관용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같이 어조까지 포스터에 적용하였다면 어떤 반응이 있었을까 사적인 애정을 뒤늦게 공개해 본다.
유난히 이 제목과 같은 표현 방식을 좋아하다 보니 이와 비슷하게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관용어를 생각해 냈는데 그것이 바로 이 글의 제목과 같이 '왜 그러고 살아요'이다. 박미경의 노래 '넌 그렇게 살지마'는 너무 공격적이고 직접적인데 반해 '왜 그러고 살아요'는 이 말을 듣고 웃어야 할 지 화를 내야 할 지 잠시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며 영어로 표현하려 해 봐도 딱히 뭐라 번역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우리 민족 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정서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신조어도 아니고 고상하지도 않은 이 문장을 재조명하고자 하는 이유는 요즘 이 말을 해주고 싶은 상황을 너무나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일단 일상에서 매일 같이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만화로 표현을 하려고 하니 다음 기회로 넘기겠고 오늘 뉴스에서 깜짝놀랄 만한 사건을 두 가지 보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창하는 러브 하우스로 빤짝 인기를 얻더니 자기 딸보다 어린 새 마누라를 들였고 나중에는 학력위조로 곤욕을 치루더니 이번엔 아주 본격적인 범죄를 일으켰다. 그의 뻔뻔함은 벡터 이미지로 만들어진 듯 아무리 스케일을 뻥튀기 시켜도 좀처럼 왜곡됨이 없으니 반성할 필요도 부끄러운 것도 없나보다. 진짜 전국적으로 얼굴 다 팔린 마당에 '왜 그러고 사는 겁니까 이창하씨!!!' 뭐 어느 세계에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진정 한 분야의 전문성을 진지하게 파고드는 사람들, 소위 말하는 노력파들, 실력파들은 이런 일에 연루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꼭 요행을 부리거나 남을 등쳐먹고 살아가려는 인간들이 머리 좀 굴리려다가 점점 수렁에 빠져드는 것 같다.
여직원을 황산 테러한 사장과 그 사장의 말을 철석같이 들은 말종 직원들은 사실 더 심한 말과 형벌이 필요하다. 이런 인면수심의 짐승들에게 까지 인권을 적용할 것 없이 바로 함무라비 법전식 보복이 들어가 주었으면 한다. 황산 성분 팩, 황산 스파, 황산 마사지...등등 말이다. 물론 정말로 그랬다가는 당장 세계 뉴스를 도배할만큼 과도한 표현이었으나 언제까지 극악 범죄자들에게 까지 갱생의 여지를 주고 최대한 법의 온정을 베풀어야 하는지 난 잘 모르겠다. 엄한 평화 시위자들, 철거민, 노동자들이 어지러운 현 시국을 대변하는 무리들로 신문을 장식하는 동안 사회 한 켠에서는 힘 없고 약한 존재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상황에 그저 한 숨이 나올 수 밖에.
어쨌든 요즘 나를 심히 불편하게 하는 사태들에 대해서 내 깜냥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 것 밖에 없다.
'인간 아니에요? 왜 그러고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