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독일에서 십이 년이나 살았는지 몰랐다.
그의 작업실이나 거주 환경이 명성에 비해 그렇게 초라한지도 몰랐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시를 하지만 일반 여행객처럼 모텔을 전전하는지도 몰랐다.
부시시한 머리에 어눌한 말투를 구사하며 조금은 히피같은 옷차림에 입에는 항상 kent 담배가 물려있다.
부족한 독일어 때문에 머릿 속의 생각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시절은 유아기가 다시 찾아온 듯 답답했을테고
그래서인지 그림 속 아이의 그렁그렁한 큰 눈과 비죽거리는 입에는 고독했던 그의 내면이 숨어 있었다.
실상 단순하게 보이는 색의 이면에도 수 많은 색들이 바탕을 이루고 있으니 캔버스 단면에는 여러 감정과 색의 지층이 쌓여있다.
성서의 내용이 모티브가 되어 수 많은 기호들이 난무하는 중세 유럽 남부의 그림보다도
회화 자체에 대한 개념을 무너뜨리는 혁명적 사고의 현대 미술보다도
작가의 인생이 녹아든 보통의 그림은 친근해서 좋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관객과 소통하면서 그는 점점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전과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없지만 그래도 요시토모 그 자신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비록 화려한 삶을 사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자기만의 확고한 세계를 구축하고, 과정에 만족해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작업을 헛간과 같은 공간에 담아 전시하는 방식이 탐났다.
집 속의 집, 성장의 발판이 된 방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잊혀지고 폐기된 작은 공간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다큐멘터리였다.
★★★☆
p.s. 주말 가로수길 카페는 결코 글을 쓰기 위해 좋은 환경이 못 된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내가 뭘 적는 지 혼란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