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요에 대한 나의 푸념을 듣기라도 한 듯 상형께서 6집 앨범을 소리 소문없이(T_T) 발매해 주셨다. 당장 강남 교보 핫트랙스에 달려가서 앨범을 구입하긴 했지만 씨디피가 고장난 관계로 앨범을 들을 길이 없어서 하루 종일 밖에서 궁금해 죽는 줄 알았다. 안 그래도 지연누나 만나서 친구들과 압구정에 있는 음악감상전용바에 갔었는데 다 합쳐서 족히 몇 억은 되어 보이는 음향 시스템을 통해 6집 앨범을 듣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힘들었다.
어쨌든 지금은 아이튠스에도, 아이팟에도, 나노팟에도, 아이리버에도 음악이 잘 리핑되어 하루 종일 나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5집과 6집의 격차가 무려 6년(어디 용한 점쟁이가 6년 만에 앨범내면 대박이라고 점지라도 해 주었는지 가수들이 6년을 주기로 복귀한 사례가 많다)이다. 윤상은 누가 들어도 그만의 스타일을 잃지 않는 몇 안 되는 가수이지만 감수성은 그대로 이고 표현 방식에서 꾸준한 변화를 추구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월드뮤직의 성격이 강했던 4집과 전자음악이 주를 이루는 6집 사이에는 그야말로 수많은 선택의 갈림 길을 거쳐오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그 대비가 극명하다. 하지만 누가 얘기 했듯이 윤상은 전자음악을 하더라도 어쿠스틱한 맛이 난다는 표현은 그의 작업 전체를 한마디로 압축하는 묘사가 아닌가 싶다. 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가 추구하는 전자음악은 새로운 사운드를 위한 도구인 것이지 음악을 쉽게 하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 사운드 소스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그 음들을 하나 하나 쪼개고 붙이고 여기에도 붙여 봤다 저기에도 붙여 봤다 하는 작업들은 어쿠스틱 악기로 음악을 만드는 것 보다 더 진이 빠지고 미치기 십상인 셈이다.(그의 작업을 보면 피아노 조율하는 사람이 연상된다) 시대가 바뀌고 도구가 발전하고 감각들이 변하지만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는 여전함을 보면서 가장 생명력이 길거라 예상되는 진정한 뮤지션 중 한 명이 아닌가 싶다. 저번 5집에서는 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이번 6집에서 만큼은 그의 행보에 대한 모든 기우를 말끔히 씻어버리는 훌륭한 작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