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자신이 소유한 모든 카메라를 처분하고
장엄한 소멸의 순간들을 담기에 제격이라 생각되는
각자가 그리던 꿈의 카메라를 손에 넣기 위해
하루를 분주히 보낼 것이다.
흑백과 칼라 어떤 것으로 찍으면 좋을지
단 두가지 선택만으로 마지막 밤을 설치고
결국 작은 뷰파인더 창를 통해 세계의 종말을 맞이하게 될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란
그런 운명인 것 같다.
광년의 시간이 흐른 뒤
다른 행성에 도달하게 될 지구의 흔적들은
죽은 산호가 퇴적되어 곱게 깔린 바다처럼
푸른 옥색을 띄기를 소망할 것이다.
나는 Leica M8.2에 50mm Noctilux를 물려서
가장 아름다운 빛망울과 함께
산산히 부서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