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동네 앞을 나서는데 아파트 어디선가 한 여성의 사나운 음성이 들렸다.


"나가!"


아무래도 어린 자녀가 상당한 말썽을 부린 듯 싶다.

나는 심히 못마땅한 얼굴로 어머니께 말했다.

"집이 있다고 너무 하잖아. 가진 거 없는 얘의 자존심을 건들다니."

그러자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너희 형은 엄마가 나가라는 소리를 아주 무서워했다.

뭐, 집 나가면 죽기라도 하는 양, 다시는 안 그러겠다며 막 울면서 손을 싹싹 빌었지. 

그런데 봐라. 지금은 나가라면 더 신나서 나갈게다."

"그렇지. 잘 됐다고 나가서 술이나 실컷 먹겠지."


딱히 나는 기억에 없지만 나역시도 일찌기 출가를 명 받은 적이 있었나 보다.

어머니께서 말씀을 이었다.

"너는 얘, 나가라고 하면 아무 대꾸도 없이 조용히 대문 열고 나갔다.

그래서 한 삼십분쯤 있다가 이 녀석이 들어오지도 않고 어디가서 죽었나 

하고 문을 열어보면 문 앞에 계속 서 있었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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