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였다.
그녀는 갑자기 노트북 화면을 접더니 가슴에 꼭 끌어안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아가 괜찮아. 다 괜찮아질거야."
눈을 살며시 감고 한 손으론 컴퓨터를 들고 나머지 손으로는 컴퓨터의 사과마크를 문지르면서 타일르듯 말하였다. 사물을 대놓고 의인화시키는 낯부끄러운 행동임에도 컴퓨터가 안심하듯 가릉거리며 시스템을 정지시킬 때 까지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 아마도 타인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했다. 괜히 어설프게 "is he ok?"하고 물었다가는 그녀와 컴퓨터 사이의 성스러운 교감을 방해한 대가로 원망의 눈초리를 받을 것만 같았다. 주변 사람들과 다같이 하하하 유쾌하게 웃어 넘기고만 싶은데 위험한 범죄현장 속의 목격자처럼 입 속에는 찝찝함이 머물렀다.
주술로 힘을 얻은 컴퓨터가 그 뒤로 탈 없이 작업을 완수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동안 사람들에게 그렇게 냉정하기만 하던 칼코에게서 의외의 면을 발견한 뒤로 그녀의 인상은 더더욱 뇌리에 박혀 버렸다. 유학 준비 과정에서 네덜란드말고 뉴욕과 L.A에 있는 학교에서도 입학 허가를 받았는데 그때 포기했던 L.A학교가 바로 싸이악이었다. 내가 네덜란드 행을 택하지 않고 따스한 햇살과 건강미 넘치는 해변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갔다면 더욱 솔직하게 그녀를 알아가는 기회가 있었을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