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하루키의 소설을 반도 못 읽었지만, 

그의 비슷비슷한 컨셉에 슬슬 질려가다가

문득 이러한 특성도 일본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싶었다.

마치 이치로가 매일 동일한 일상을 편집증적으로 반복하듯,

항상 그 자신은 정해진 일과대로 하루를 소화하고,

그저 같은 호흡으로 달리다보면 결승에 다다르는 마라톤처럼,

그는 우승이나 수상 같은 것을 노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반복하는 것 뿐.

어쩌면 그에게 소설은 또 하나의 스포츠가 아닐까.

이제 지루해, 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가 가진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참신하고 기가막힌 창작을 넘어, 

세월의 더께와 함께 적층되는 대지처럼,

언제가 그의 마지막 글이 발표되었을 때 전체 책을 한 덩어리로 놓고 갈랐을 때

어떤 단면이 그려졌는가를 보고싶다.  

그리고 일상에 충실한 모두가 하루키의 소설이다.

잘 다려진 옷을 입고 매일 조그만 가게에서 기름에서 튀김을 건지는 요리사와,

고급 부티크 정문에서 정자세를 일관하는 경비원과,

갤러리의 텅 빈 공간에서 허공을 응시하는 관리자들이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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