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일요일 아파트 단지를 비롯하여 차가 다녀야 하는 길 위의 눈과 얼음은 거진 다 사라져버렸다. 새벽녁 중장비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몇 일 들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도로는 다시 아스팔트의 검은 자태로 뒤덮였다. 가끔씩 저녁에 눈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지나가곤 했는데 이틀동안 그 많던 눈들이 다 사라진 걸 보면 남들 자는 시각에 인부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 해야 했는지 측은할 따름이다. 아침에는 아파트 수위아저씨들이 삽으로 얼음을 깨는 소리와 바닥을 쓰는 거친 소리가 단지에 울려 퍼지며 하루가 시작되었었다. '뜻이 있으신 주민들은 함께 하자'고 방송으로 협조를 구했지만 자기들 차 주변의 눈만 치워도 감지덕지인 것이 요즘의 이웃들 아니겠는가.
이제는 제법 도로도 정상화됐고 콩나물 시루같았던 지하철도 여유가 있으니 매일같이 업무와 사투를 벌이는 현대인에게 바람직한 환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냥 자연히 알아서 사라질 때 까지 수북히 쌓인 눈을 감상할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낭만과 기다림이 없음에 아쉽기도 하다. 눈이 녹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히 잠든 도시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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