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때로부터 6년이 지나고 보니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역에는 대부분 스크린 도어를 설치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안전시설들은 죽고자 하는 의지마저 넘어설 수는 없는 법. 저번 주 한양대병원을 갔다가 신사동으로 가려는 길에 지하철이 한참을 멈춰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누군가 상왕십리 역에서 투신을 했기 때문이란다. 뛰어내린 사람에 대한 사연은 전혀 알지 못하지만 나도 요즘 개인 신상이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드럽게 세상 살 맛 안 나는 관계로 같이 차 한 대 빌려 동해안을 배경으로 번개탄 피워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기왕이면 죽더라도 모두에게 피해 안 가는 방향을 택하는 건 어떨까? 렌트한 차에서 죽어버리면 렌트카 업체도 죽을 맛이니까 돈 모아서 지옥에 함께 할 차 한 대 쯤은 꼭 사도록 하고, 경찰들 시체 수습하고 부검하는데 세금 낭비 안 하도록 미리 기백만원 정도는 처리비용으로 봉투에 준비해 놓도록 하자. 그렇게 하면 이 세상에 부족한 염치를 좀 보태주고 떠나는 식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