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는 그렇게나 도전적이고 누구보다 재빠르게 선두에 자리하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영감님 혹은 관망자 자세가 몸에 배어서 몸이 움직일 때를 느긋허니 기다리는 일에 익숙해져버렸다. 수학문제 만큼 지독하게 꼬인 일을 눈 앞에 두고 이걸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하나 첫번째 점을 찍을 날 만을 기다려왔다. 컴퓨터 모니터와 기싸움을 벌이다가 설 연휴가 훌쩍 가고 어느새 마감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억지로 펜을 잡고 이것 저것 그려보기 시작한다. 작업량과 작업속도 그리고 남은 시간을 견주어 봤을 때 이 때 쯤이면 가까스로 위험은 넘기겠구나 싶은 순간을 기다렸던 것이다. 더 이상의 고민은 지나치고, 정신적인 압박감이 스스로를 고문하며 억지로 몸을 종이 앞에 앉혀놓는 그 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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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이 순간 일단은 이 살벌한 두통에서 좀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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