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미친 것 같다. 시크릿 가든을 본 이후로 드라마 속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중학생때 록맨3나 파판 류의 게임을 클리어 했을 때, 혹은 꾸준히 챙겨보던 은혼이 한참 휴방일 때 비슷한 정서적 아노미 현상을 겪은 바 있지만 이번처럼 심한 경우는 처음이다. 매일같이 시크릿 가든의 명장면을 다시보거나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다. 마치 절친을 떠나보낸 듯한,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별한 듯한 이 공허함은 뭘까. 현빈은 영원히 김주원으로 하지원은 길라임으로 계속 있어주길 바라는 망상. 서른다섯의 남자가 하기엔 어처구니가 없는 바람이다. 이미지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정녕 시간만이 해결책일까? 하지원이 좋아서 이런 것도 있지만 가장 핵심은 이런 뜨겁고 서로를 너무나 아끼는 사랑을 더이상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너무 늙어버린 것에 대한. 그래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재에서 도피하고픈 심리라고 본다. 나도 길라임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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