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래예술공장이라는 곳을 가서 옵신 전시를 봤다.
전시는 암전된 공간에 들어가 도슨트가 안내하는 빛을 따라 하나씩 체험하는 형식이었다.
빛이 전혀 없는 공간에서 감각이 얼마나 예민해지는지 새삼 느꼈고
뷰 마스터, OHP 필름, 등사기 등의 시대에 밀려난 도구들과의 만남이 흥미로웠다.
심지어 중간에 펼쳐주었던 책도 이젠 같은 운명인 듯 하고.
희귀 개체가 된 고래(내용)와 사라진 미디어(형식)의 병치는 의도적이었을까?
2.
뷰 마스터는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어릴 적 느꼈던 신기함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되었다.
VR이나 극장의 3D 글래스 보다 더욱 생생하달까.
3.
드디어 우래옥을 가보았다.
냉면 맛있었는데, 그냥 기존에 가던 곳들과 아주 다른 차이점은 없었다.
오히려 계란이 없어서 서운.
기대가 컸던 불고기는 다소 실망.
불 조절도 어렵고, 가격에 비해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4.
오전에 병원도 가고,
카푸치노도 먹고,
맨 정신에 택시도 타고,
무엇보다 지근거리의 bar, 그것도 10시 이후 영업 재개의 기쁨을 한껏 나눌 수 있는 유혹을 털어냈다.
대견한 하루.
5.
대신 Alva Noto의 LP를 세 개나 주문해서 경제적으로는 패배.
6.
귀갓길에 을지로 써밋타워 로비에서 요즘 유행하는 미디어 작품을 보았다.
들고 나간 책도 키틀러의 [광학적 미디어]인데
가히 오늘은 미디어의 날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