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망각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을 수 있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연습장 한 구석에 몰래 그린 우스꽝스런 나의 모습에서.
어느날 엄마가 턱 하니 넘겨준 나의 십 년치 일기장에서.
이십 년만에 찾아간 떡볶이 집의 여전한 국물 맛에서.
아 이런게 있었던가 까지는 아니지만 불과 일년동안 내가 얼마나 그 때의 감동을 기억하지 못하는지 새삼 놀라게 되고 음악과 함성 만으로도 희미했던 오감의 빈 자리가 얼마나 예전 그 모습으로 선명하게 채워질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모든 기억이 어제와 같이 선명하기만 하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가슴 떨리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앨범은 지난 공연이 펼쳐졌던 날들을 기념하며 그 때에 맞춰 다시 들을 수 있는 나만의 타임머신이나 다름 없다.
프롤로그: 4월 30일, 5월 25일
에필로그: 6월 13일, 6월 14일
★★★★☆
(나의 바램이 있다면 이제 제발 김동률 공연은 여자와 둘이 가서 보고 싶다. 하지만 올 가을쯤 있을 앙코르 콘서트 역시 혼자 갈 확률이... 어흑 말이 씨가 되니 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