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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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는 무척이나 엄하셨고 학업과 관계 없는 물품들은 잘 사주지 않으셨기 때문에 사진상의 물건들은 구슬, 팽이, 라디오 빼고는 거의 가져본 적 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상품들을 알아보고 마치 내 것처럼 추억할 수 있는 것은 다 좋은 친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만져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동에 대한 동경 때문에 연필깎이도 자동으로 사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열차 모양의 수동 연필깎이가 이미 나의 선택과는 상관 없이 있었기 때문에 차마 하나 더 사달라고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일부러 고장낼만한 꾀를 부릴 만큼의 재주도 없었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면 여기 저기서 뚜껑이 열리며 돋보기도 나오고, 필통 안의 연필이 발사대의 미사일처럼 45' 각도로 튀어나오기도 하고, 연필 깎이도 한 켠에 숨어 있는 필통은 또 하나의 로망이었다. 생일 선물로 기껏 연필 한 다스 받는 것에 만족해야 했던 시절이어서 무서운 어머니께는 감히 사달라고 할 엄두도 못 냈지만 운이 좋았던 건지 초등학교 2학년 당시 내 짝꿍 미남이는 문방구 집 딸이었다.(그 아이 이름이 박미남이다) 미남이가 날 살짝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였고 나는 얼마 안 있으면 내 생일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몇 일을 조르고 조른 끝에 결국 정말로 꿈에 그리던 필통을 선물 받게 되었다. 솔직히 가정 형편으로 치자면 아버지는 당시 세계를 상대로 무역을 하시던 사업가였고(당시 우리집은 자가용에 기사도 딸려 있었다. 나 그렇게 곱게 자랐다우) 미남이 아버지는 작은 문방구 하시던 분이셨으니 나보다 어렵게 살던 친구를 곤란하게 만든데 대해 어린 마음에도 미안한 감정이 조금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자신의 소유는 아니지만 온갖 장난감에 둘러싸여 사는 짝의 인생을 동경했고 그녀의 무리한 선물을 받고 진심으로 행복했었다. 옷 상표가 어떻든, 밥 반찬이 어떻든, 백과사전이 있든 없든, abe책 전집이 있든 말든, 원목 영창 피아노와 마란츠 오디오가 있든 그런 건 하나도 초등학생의 행복에 도움이 되질 않았었다. 나는 그저 그 전자동 필통 하나면 좋았던 것이었다.
그러던 내가 이렇게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고 무시무시한 물신주의에 빠져있다니 세월이 참 무섭게 느껴진다. 나이 일흔이 되면 20인치 아이맥, 라이카 m8, 35mm summicron 4세대, 뱅엔올룹슨 이어폰, psp 정도는 나와줘야 '와하하 한 때 이런 게 있었지?'라며 추억에 젖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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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는 무척이나 엄하셨고 학업과 관계 없는 물품들은 잘 사주지 않으셨기 때문에 사진상의 물건들은 구슬, 팽이, 라디오 빼고는 거의 가져본 적 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상품들을 알아보고 마치 내 것처럼 추억할 수 있는 것은 다 좋은 친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만져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동에 대한 동경 때문에 연필깎이도 자동으로 사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열차 모양의 수동 연필깎이가 이미 나의 선택과는 상관 없이 있었기 때문에 차마 하나 더 사달라고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일부러 고장낼만한 꾀를 부릴 만큼의 재주도 없었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면 여기 저기서 뚜껑이 열리며 돋보기도 나오고, 필통 안의 연필이 발사대의 미사일처럼 45' 각도로 튀어나오기도 하고, 연필 깎이도 한 켠에 숨어 있는 필통은 또 하나의 로망이었다. 생일 선물로 기껏 연필 한 다스 받는 것에 만족해야 했던 시절이어서 무서운 어머니께는 감히 사달라고 할 엄두도 못 냈지만 운이 좋았던 건지 초등학교 2학년 당시 내 짝꿍 미남이는 문방구 집 딸이었다.(그 아이 이름이 박미남이다) 미남이가 날 살짝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였고 나는 얼마 안 있으면 내 생일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몇 일을 조르고 조른 끝에 결국 정말로 꿈에 그리던 필통을 선물 받게 되었다. 솔직히 가정 형편으로 치자면 아버지는 당시 세계를 상대로 무역을 하시던 사업가였고(당시 우리집은 자가용에 기사도 딸려 있었다. 나 그렇게 곱게 자랐다우) 미남이 아버지는 작은 문방구 하시던 분이셨으니 나보다 어렵게 살던 친구를 곤란하게 만든데 대해 어린 마음에도 미안한 감정이 조금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자신의 소유는 아니지만 온갖 장난감에 둘러싸여 사는 짝의 인생을 동경했고 그녀의 무리한 선물을 받고 진심으로 행복했었다. 옷 상표가 어떻든, 밥 반찬이 어떻든, 백과사전이 있든 없든, abe책 전집이 있든 말든, 원목 영창 피아노와 마란츠 오디오가 있든 그런 건 하나도 초등학생의 행복에 도움이 되질 않았었다. 나는 그저 그 전자동 필통 하나면 좋았던 것이었다.
그러던 내가 이렇게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고 무시무시한 물신주의에 빠져있다니 세월이 참 무섭게 느껴진다. 나이 일흔이 되면 20인치 아이맥, 라이카 m8, 35mm summicron 4세대, 뱅엔올룹슨 이어폰, psp 정도는 나와줘야 '와하하 한 때 이런 게 있었지?'라며 추억에 젖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