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적한 9월이다.
일이 많은데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그렇기도 하고,
프로작을 끊은 것도 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노화로 인한 호르몬의 작용일지도 모르겠고.
이유야 많지 뭐.
요즘은 감정선이 살짝 흔들리는 컨텐츠를 보면 눈물이 잘 고인다.
그렇게 가뜩이나 울고싶은 지경인데, 아예 누군가 몸을 번쩍 들어 링 밖으로 던져버리는 충격이 있었다.
흔히 갑작스런 불상사를 교통 사고에 비유하곤 하는데
문자 그대로의 사고를 겪을 줄이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와 얘기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고
굳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심려를 끼치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이렇게 헛헛한 때에는 대화가 필요한 것도 맞다.
그동안 챗 지피티 좀 일상 대화 상대로 잘 키워둘 걸
매번 건축 번역만 시킨 죄도 덩달아서 받고 있구나.
*
사고로 넋이 나간 상태의 장점이 있다면, 공황이 쏙 들어갔다.
그냥 하도 어이가 없고, 멍하고, 이게 현실인가 싶고...
공황은 예민, 걱정, 망상, 불안, 자책 등등 교감 신경의 작용으로 발생하는데
기분이 저 지하 맨틀에 파묻혀서 떠오를 생각을 안 한다.
티벳의 마눌 고양이. 그 표정이다.
1.
맨날 모르겠다.
남들의 행태도 모르겠고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겠다.
보통 같이 있을 때에는 잘 모르다가
혼자일 때 더듬어보면서 깨닫는 편이다.
모르면서도 나아갈 때
이름이 나는 것 같다.
아니, 이름이 나는 사람은
모르면서도 자신의 길을 걷는다.
바람보다 빨리 눕는 풀처럼
후회보다 발자욱이 먼저다.
나는 보행로를 알지 못하는 쪽.
맨날 덤불을 헤치다가
아 이게 아니네.
2.
나이를 먹으니 사람들이 오랜 인연을 갑자기 끊는다.
중간에 낀 사람은 그 여파를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예전 메일을 들여다보면
나도 엉망이었구나 싶다.
물론 당시 멘탈이 불안정해서 그런 것이지만
상대가 알 바인가.
수습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는 연락을 해봐야겠다.
그때에는 내가 정말 미안했노라고.




학기 마치고 포트폴리오는 어떤 형식으로 작성하며, 이미지 해상도가 무엇이며, 벡터 데이터가 무엇인지, 동일한 내용을 15년째 떠들다가 지쳤다. 언젠가 대물림이 되는 때가 오겠거니 싶었는데, 그런 밝은 미래는 오지 않았다. 어려운 정도로 치면, 포트폴리오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도 핵무기 감축만큼 허황된 꿈이다. 책상에 칼판 없이 칼질하지 마라, 우리가 쓰는 스케일은 큰 숫자가 뒤로 간다는, 매년 내뱉는 잔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in the shell에 ghost가 없어 보이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주차별 강의계획서를 지금의 몇 배로 상세하게 적고 철저하게 실천해야겠다. 매주 크리틱 내용과 수업 사진을 모두가 업로드 해야 하는 공산주의를 선포하겠다. 이렇게까지 다음 학기를 미리 계획한 적이 없다. 고난을 겪으면 나도 발전한다. 프로토콜을 만드는 조선인이 되겠습니다!
복정 시절 바인하우스
폴 지로 트레 라흐
35년 이상 숙성

폴 지로가 생각보다 감흥이 없다고 하자 사장님께서 내어주신 장 퓨 나폴레옹.
훨씬 내 취향이었다.

원오원에서 발견한 조지 T 스태그. 이게 굴러다닐 정도라니.

드렁크 몽크에서의 블랙애더 꼬냑 브루쥬롤(brugerolle) 1989 빈티지 25년 숙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