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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공황 10년차가 되면 세상 모든 게 다 무서워진다. 오늘은 갑갑한 내 인생이 너무 무서웠다. 지하철에서 가쁜 호흡을 하다가 롤러코스터 내려갈 때 느끼는 하반신 허전한 기분도 참다가 결국 자낙스 반 알을 먹고 그러다 갑자기 yj에게 어디냐는 톡이 왔다. 우연찮게 너무 가까운 곳에 있었고 언제나처럼 찾아온 공포를 알콜로 절일 필요가 있어서 집을 목전에 둔 21시 30에 흔쾌히 술자리에 응했다. (중략) 결국 신사동-평창동-집의 복잡한 여정을 감내했는데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장 큰 불안의 하나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것 보다 지금 나의 위치 때문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강의를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 최소한의 범위를 움직이며, 최소한의 인간을 만나고, 예측 가능..

trivial 2022.08.17

학기말의 주늑

1.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시원한 종강을 맞이하기 어렵다. 설계 포트폴리오도 더 열심히 봐주었고, 평가 결과를 설득하느라 힘들었는데 현대건축은 과제를 많이 낸 탓에 채점하느라 하세월을 보냈다. 채점 후 점수를 알리는 것도 하나하나 일이고, 무엇보다 성적을 내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 A에서 B로 넘어가는 구간, B에서 C로 넘어가는 구간은 언제나 1점 차이로 갈린다. 그 1점이 뭐가 그리 뚜렷한 차이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게 스포츠처럼 기록 경쟁도 아니고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2~3년간 학점을 후하게 받은 학생들에게 B나 C학점은 크게 놀랄 일이겠고 그런 학생들의 불만을 대응하는 일은 상상만해도 지치고 질린다. 강의를 열심히 하고, 학생을 푸시할수록 결과적으로 더 부담이 크다. 역시나 이번 학기까지만..

trivial 2022.06.29

bar와의 결별

이젠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중년이고, 벌이는 시원찮고, 물가는 오르고, 그간 나는 왜 열쳤다고 그리 술을 쳐먹고, 펼치지도 않을 책들을 사재꼈나 후회하고 있다. 주문한 핫토이 루크 스카이워커를 받기도 전에 팔아야하나 고민 중. 취소가 가능하다면 USM도? 아니 근데 중도 취소는 물 건너갔고 삶에 활력을 줄 것 같으니 매일 어루만지며 일 하는 힘을 내보자. 1등으로 아껴야 할 것은 술. bar와는 안녕이고, 술도 2개 정도만 사서 가끔 마시는 정도여야겠다. 어차피 요즘 바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중심 손님의 연령대가 어려서 내가 낄 곳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계속 혼자 가고, 그래서 왁자지껄한 바의 분위기에 도움이 안 된다. 90년대의 강남역 나이트에 30대가 가려고 하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말..

trivial 2022.05.16

공황

이번이 몇 번째 wave인가. 책 작업이 끝나고 모든 괴로움이 사라졌다고 느낀 기간은 길지 않았다. 자연의 원리가 그렇듯 진자의 운동이나 극의 변화와 같다. 가면 오고, 밀물 썰물, 음과 양, 희로애락, 요즘의 괴로움 1. 학생들 프로젝트 진도가 안 나가서 그로 인한 걱정과 피로 2. 괜히 쪽글을 받기로 해서 버거워진 현대건축 수업 3. 운전도 못하는데 예상보다 빨리 출고되는 차량 4. 차량 구매로 통장 잔고가 0원이 되니 내가 지금 차를 사도 되나 싶은 불안 5. LG와 계약한 원고 6. 수입이 점점 줄어드는데 물가는 오르고, 주식은 안 오르고... 불투명한 미래 7. 갑상선 조직 검사 근심의 대부분은 여전히 일에서 오는구나. 그치만 그게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고, 결국 버튼을 누른 건 3번과 7번이다...

trivial 2022.05.16

검진

5월 4일 오전. (벌써 11일 전이라니) 예약 시간에 맞춰 성모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창도 없는 먹방에서 계속 환자를 맞이한다. 저렇게 폐쇄적인 곳에서 업무를 봐도 되는 건가? 벤티 사이즈 정도 될 법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보니 별반 다를 바 없는 처지 같은 동질감이 느껴졌다. 동네 병원에서 검사했던 작은 초음파 사진을 얼굴 가까이에 대고 유심히 보더니 괜찮을 것 같은데요, 라고 했다. 일단 그 말 만이라도 어찌나 울컥하던지. 내가 인터넷에서 봤던 이미지들을 기반으로 예상한 것과는 어떤 부분에서 달랐던 걸까. 그래도 당연히 검사는 진행. 정산부터 하는데 역시 적은 비용이 아니다. 난 왜 실비 보험도 안 들고 있었던걸까. 한심. 검사는 비교적 간단했다. 요즘은 대부분 세침으로 하는 듯. 인터넷에서 알아..

trivial 2022.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