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신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과음은 좋지 않다.

아니. 적당히 마시는 법을 모르니 술 자체가 해롭겠다.

취중에 큰 실수를 하기 전에, 작은 실수들로 울리는 경종에 귀 기울이자.

 

2.

아니나다를까, 하루 뒤 뉴스에 K 연예인의 웃지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본인도 과음으로 인한 실수라 사과문을 썼는데,

그보다는 덜 쪽팔리지만, 아무튼 부끄러움은 갖자.

 

3.

부쩍 부정맥이 심해졌다.

몸 챙길 때.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언젠가 반 쯤은 덮어지니까.

스스로를 비련의 주인공으로 가여워하는 짓까지는 하지 말자.

아무렇지 않게.

 

* 11월 14일의 기록

금요일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역시 과음이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이전에도 한 번 한 것 같은데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결국 후회했던 것 같고.

그럼에도 당장의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어 또 계정을 비활성화시켰다.

 

팔로워가 적었다면 차라리 나았을까?

요즘은 뭘 적어도 반응이 없다.

트위터 초창기에는 친구들 사귀려고 한 건데

이러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나?

 

모든 게 부질없다.

 

아니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까.

답이 없고, 마냥 고립된 기분인데

이게 시대에 맞지 않는 투정인 것인지

아니면 정말 나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문제적 한 명인 것인지

그걸 도무지 모르겠다.

다랑어. 계란노른자소스.
잿방어. 연어알.
쥐치. 쥐치 간 소스. 시소.
도화새우. 북방조개. 문어.
전복
배불러서 결국 다 못 마신 맥주
차완무시. 게살. 트러플. 고르곤졸라 치즈.
연근칩. 아귀 간.
조개다시 스이모노
도미
시마아지
카스고
아카미 즈케
전갱이
아카미와 주도로의 사이
오도로
한치
잿방어
우니섞은 밥. 대구 시라코. 연어알.
보리새우
간뾰마끼. 참치마끼.
연어알
대구 튀김
장어
계란
마카다미아 아이스크림. 계란 과자 가루.

가계부의 통계를 보니 9월 지출의 80%가 술값이다.

그 술값의 80%가 bar in house에서 인생 최대 플렉스를 한 것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니 후회는 없다.

 

문제는 그렇게 마신 날 집에서 혼자 마신 술이다.

금액과 시간의 리미트가 없으니 계속 신나게 마시고 트위터에서 주절거렸다.

근데 그게 좀 많이 후회된다.

 

이후로 트위터에 글을 쓰지 않는다.

이게 뭔 엄한 말 목 베는 소리인가 싶지만,

다양한 감정들이 한데 얽혀 우울해졌다.

더군다나 s형과의 협업이 틀어지며 더 다운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 일도 차라리 잘 한 결정인데

짧은 2주간의 협업이라도 정신적으로 지나치게 소모된 점은 있다.

 

이제 10월이다.

백신 2차 접종도 마쳤고, 월요일에 두 번이나 휴일이 있으니

알차고 기쁘게 살자.

 

이혼 서류를 건넬 땐 맥켈란도 한 잔씩.

앓고 있는 질환들 때문에 화이자 백신 접종 전후로 다도 불안했다.

다행히 이틀째인 아직까지는 큰 변고는 없는데, 2차 역시도 무사히 잘 넘기면 좋겠다.

그나저나 초현실의 인물이 나타나 나의 질환들 중 어느 하나를 낫게 해줄테니 골라보라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

백 억을 줄테니 이런 걸 할래 수준의 되도 않는 상상을 해봤다.

 

어느 것 하나 사소하지 않은걸.

그렇지만 역시 벗어날 방도가 가장 어려운 것,

수명에 조금이라도 더 영향을 주는 것으로 골라야겠지.

그리하여 큰 결심을 했는데,

 

강직성 척추염, 아토피 피부염, 공황장애 순서가 되겠다.

자, 이제 마음의 결정을 내렸으니 어서 제안을 주세요.

2360년대에도 마실 수 있는 글렌피딕 30년.

2058년에도 라가불린 16년은 마실 수 있나보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소유한 Aviation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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