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레는 정말 무섭다. 완전 심장이 갈비뼈를 뽀개고 몸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공포스럽다. 그들은 기척을 숨기고 곁에 왔다가 사이렌 소리보다 더 큰 날개짓으로 고막을 후려 치며 사람을 놀래킨다. 새벽 불빛을 쫒아 방충망 밖에서 퍼덕이고 있는 놈들을 보면 곤충을 주제로 한 공포 영화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물론 그 동안 그런 영화들이 많이 있어 왔겠지만 에이리언을 능가하는 캐릭터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뛰어 넘는 스토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 
* 저 때로부터 6년이 지나고 보니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역에는 대부분 스크린 도어를 설치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안전시설들은 죽고자 하는 의지마저 넘어설 수는 없는 법. 저번 주 한양대병원을 갔다가 신사동으로 가려는 길에 지하철이 한참을 멈춰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누군가 상왕십리 역에서 투신을 했기 때문이란다. 뛰어내린 사람에 대한 사연은 전혀 알지 못하지만 나도 요즘 개인 신상이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드럽게 세상 살 맛 안 나는 관계로 같이 차 한 대 빌려 동해안을 배경으로 번개탄 피워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기왕이면 죽더라도 모두에게 피해 안 가는 방향을 택하는 건 어떨까? 렌트한 차에서 죽어버리면 렌트카 업체도 죽을 맛이니까 돈 모아서 지옥에 함께 할 차 한 대 쯤은 꼭 사도록 하고, 경찰들 시체 수습하고 부검하는데 세금 낭비 안 하도록 미리 기백만원 정도는 처리비용으로 봉투에 준비해 놓도록 하자. 그렇게 하면 이 세상에 부족한 염치를 좀 보태주고 떠나는 식이 되지 않겠는가. 
* 고양이가 좋긴 하지만 끝 없이 날리는 털들과 그로 인한 알러지 반응까지 어찌하진 못하겠더라. 고양이와의 접촉 빈도와 털의 밀도를 가정해 보건데 운동장만한 집이 있다면 한 두마리 정도 키우는 것은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 2편 '심판의 날'의 아성을 넘는 작품은 더 이상 나올 수 없겠지만 터미네이터는 언제까지나 나의 로망이다. 
* 현재 내 주변에서 롤라이35를 쓰는 사람은 주형과 원진형. 카메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꼭 주의사항을 듣고 만집시다.
* 강가는 여전히 입에 잘 맞지만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다.
* 작품 제출할 장소를 못 찾아 마지막 까지도 숨이 턱까지 차올라야 했던 백남준 기념관 공모전. 보기 좋게 탈락했지만 포트폴리오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당선작들과 비교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었다. 건축 분야에서 단기간에 성장하고 싶다면 공모전이 그 해답인 것 같지만 그 대가로 수명을 조금 내어줘야 한다. 이건 이거대로의 정당한 등가 교환인 셈이다.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듯 예전에 만들었던 홈페이지를 뒤적거리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과거의 그림 일기를 발견하였다. 2003년과 2004년. 유학가기 직전의 기록들을 다시 꺼내어 보는 것은 아마도 그 때의 내가 가장 행복했기 때문일지도.
* 아마도 토플 시험을 보고 와서 그린 듯 하다. 가뜩이나 잘 치지도 못하는 영타가 시험의 긴장과 수전증 때문에 더욱 말썽을 일으켰었나보다. 여전히 영타에는 자신이 없고, 수전증은 확고하고, 시험은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이니 6년이 지난 지금도 이 그림은 유효하다.
* 결국 gre 점수가 필요치 않은 네덜란드 대학원으로 가게 될 줄을 저 땐 몰랐었지.
* rollei 35s를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경통을 뽑았다고 다시 집어넣는 과정은 약간의 교육을 필요로 한다. 도무지 문화 활동에는 관심이 없으신 부모님께서 그냥 비싸고 작길래 샀을 것 같은 카메라는 초점도 수동, 노출도 수동인 관계로 얼마 못 가 장농 속으로 던져진 듯 보였다. 더군다나 내가 다시 발견 했을 때 이미 경통이 파손된 것으로 보아 아버지께서 무리하게 집어 넣으시려다가 어딘가 부러뜨리신 것 같았다. 내가 충무로 가서 12만원인가 주고서 다시 고친 카메라는 애초에 주어진 운명처럼 몇 롤 감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팔렸다. 그래도 필카의 손 맛에 빠지게 된 것도 롤라이 때문이니 아주 의미 없는 만남은 아니었던 것이다. 니콘(왜 k를 두 개나 썼을까 -.-)의 fm2는 어머니께서 카메라를 배우시겠다고 구입 하셨는데 이도 얼마 못 가 장농 신세를 면치 못하였다. 그 때 산 렌즈 두 개, 필터, 가방 등등을 계산해 보면 지금 시세로 30~40은 받을 것 같은데 어머니께서는 그 마저도 충분하니 빨리 팔라고 하신다. 신발장을 뒤져보면 어머니께서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구입하신 소니 비디오 카메라를 발견할 수 있으니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장 속을 한 번 뒤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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