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위해 서울시에서 발주한 공모전에 응모한 결과 동상이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비록 동상은 무려 서른 명이나 되지만 그래도 지원자 수가 160여명에 육박하는 바 그 중에 40위 안에 든 것은 나름 선전했다고 볼 수 있죠. ㅎㅎㅎ 목표는 7만2천원의 출력비 회수였으니 감사히 상 받겠습니다.
뉴욕에서 회사다니랴 매일 전화해서 논의하랴 고생 많이 했던 상민이형에게 또한 감사드리고,
비록 낙선했지만 작품 퀄리티 만으로는 나와 상민형의 안보다 훨씬 우수했던 구호형과 형수님께도 수고하셨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공모전이라는 것에서 두각을 나타낼 만한 감각도 없고 마감날까지 버틸 체력도 부족한 저로서는 그닥 대단한 공모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을 탔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겠습니다.

더불어 여성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아수스 넷북 1008번 모델 일명 조가비를 샀다.
고리짝 시절의 ibm노트북을 어쩔 수 없이 들고 다니다가 최신 넷북을 며칠 들고 다녔더니 왜 좀 더 일찍 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감 마저 들 정도였다. 가볍고, 무난하고, 부담스럽지 않다. 이제 남은 일은 각오한 대로 열심히 글을 쓰는 것이고 괜히 새로 나오는 제품들을 훑어 보며 바보같이 마음 아파하지 않는 것이다. 혹시나 넷북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간단 리뷰를 하자면...

조가비의 장점
1. 작고 가볍다. 
    (1kg무게는 가방에 책 한 권 넣어 갖고 다니는 정도라서 배낭형 가방을 짊어 진다면 거의 무게를 체감하지 못 한다.)
2. led 백라이트 디스플레이라 화면이 밝다.
3. 완충시 4시간 반 이상 쓸 수 있다. 
4. 자판 배열이 훌륭하고 키감이 좋다.

단점
1. 배터리나 메모리 교체가 어렵다. 
    (하지만 나는 굳이 교체할 필요를 못 느낀다.)
2. 외장 재질이 너무 반사가 심하고 지문에 취약하다.
    (내 것은 검은색이라 유난히 더 눈에 띈다. 하지만 유광 재질은 손 때에는 강하고 지문은 가끔 심심할 때 닦아주면 끝)

넷북에 대한 일반적인 사양을 논하자면... 아톰 프로세서를 쓰기 때문에 각 제품의 성능은 대동소이 하다. 디스플레이 역시 요즘 제품들은 모두 led 백라이트를 채용했으며 화면이야 10인치 아니면 10.1인치 정도 되겠다. 해상도는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어짜피 화면이 작아서 고해상도를 지원 한다고 해 봐야 눈만 피로할 뿐. 자고로 넷북은 인터넷, 글 쓰기가 주 목적이고 좀 더 활용을 해 주자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정도이지 이걸로 건축 설계를 한다거나 영상물을 만든다면 욕심이 과한 것이다. 
어쨌든 성능은 별 차이 없으니 본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되고, 단 명심할 점은 100% 만족스러운 제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자인이 좀 마음에 들면 가격이 비싸거나 무게가 무겁고, 가격이 싸면 배터리가 금방 방전되고 디자인이 저질인 것 처럼 말이다. 

그래서 필요한 질문들을 모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 디자인은 맘에 드는가?
- 화면이 너무 답답하지는 않은가?
- 메모리는 1기가 이상인가?
- 배터리는 6셀 이상인가?
- 어댑터가 너무 크고 무겁지 않은가?
- 두께는 얇은가?
- 자판 배열은 넉넉하고 키감은 좋은가?
- 저장장치는 하드디스크인가 sd메모리인가?
- os는 포함되었나? 비스타가 설치 되었다면 out!
- 발열, 소음은 어떤가?
- 업체 as는 괜찮은 편인가?
위의 질문들을 기준으로 넷북들을 꼼꼼히 비교해 본 다음에 구매 하기를 권장하는 바이다.

나의 우선 순위를 공개하자면,
디자인 > 사양 > 무게 > 배터리 > 가격
디자인만 훌륭하다면 조금 더 돈을 쓰더라도 기왕 사는 것 보기에 이쁜 놈을 사자는 것이 나의 지론인데... 조가비의 경우 hp, dell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10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 덕에 더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홈쇼핑 업체의 한정 판매였으니 오해는 하지 마시고...

★★★★

지난 봄날, 길어진 머리를 자르러 미장원을 가는 길이었다.

직장에 귀속되지 않은 사람에게 평일 오후 시간이란 뻥 뚫린 도로를 질주하는 버스에 혼자 앉아 있는 것 마냥 사치스러운 순간이다.(이에 비해 휴가를 떠나는 회사원이란 꽉 막힌 도로의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짜릿한 기분이겠지) 기다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신속한 과정을 예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보도를 걷고 있을 무렵 두세 발짝 앞에서 왠지 모르게 멈춰서 있는 어린 소녀를 발견하였다. 가방을 어깨에 매고 단정하게 차려 입은 소녀는 요즘 아이답게 곱고 새치름한 얼굴이었다.


무엇 때문에 가던 길을 멈추고 있을까.

미동도 않던 소녀의 눈은 발 밑의 보도 블록에 초점이 고정되어 있었고 나도 호기심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눈길을 따라 시선을 바닥에 던져놓았다. 저런. 소녀의 발 앞에는 방사능이나 태양풍에 노출된 것처럼 비정상적으로 퉁퉁한 개미 한 마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 나도 소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은 개미 라기엔 너무 큰 놈이었다. 울룩불룩 단단한 몸은 아령을 닮았고 몇 미리에 불과한 보폭은 심히 무거워 보였다. 좀 더 구체적인 상상이 가능하도록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최홍만 개미였다.


어려서부터 개미집에 물을 흘려 넣어 개미들이 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던 모습을 즐기고 개미가 물면 얼마나 아플지 체험해 보기 위해 가급적 병정개미들을 찾곤 했던 경험들을 되짚어 보더라도 이만한 크기의 개미는 처음이다. 아이 역시 처음 접하는 크기에 놀라 숨죽이고 있었겠구나 어렵지 않게 이해한 순간 소녀는 조용히 한쪽 발을 들기 시작했다. 가던 길을 고수하던 개미는 어느덧 소녀의 발이 있던 곳까지 이동해왔고. . ?! 설마 그런 거였어? 그래서 멈춰있던 거였어? 그리고는
차마 말릴 수도 없을 만큼 그녀의 반응은 나의 깨달음의 속도를 능가하였다.


.
 

발이 강하게 지면을 차는 소리가 났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은 그렇게 끝이 났다. 개미에게는 미처 반항할 틈도 허락되지 않았다. 소녀는 다시 발을 들어 최홍만 개미의 처참한 흔적을 확인하였고 나는 차마 그 장면을 똑바로 보고 싶지 않아 눈을 돌렸다. 바닥이나 아이의 신발 밑창에 납작하게 깔려 있을 개미 한 마리의 죽음이 비참해서가 아니다. 방금 전 까지도 살아 꿈틀대던 생명체를 의도적으로 죽인 아이의 잔인함과 목적을 달성한 뒤 얼굴에 퍼지는 행복감에서 다시 한 번 성악설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나의 어린 시절도 더 하면 더 했지 소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공포의 대상인 곤충들이 그 땐 살아 있는 노리개였고 파브르의 곤충기를 열심히 읽었지만 저자가 진정 말하고자 했던 바는 시신경을 타고 뇌에 도달하기 전에 증발해 버렸다. 순수 악으로 가득 찬 소년에게 정성스레 그려진 곤충들의 삽화는 어느 근사한 식당 메뉴판처럼 한 끼 포만감을 위한 친절한 매뉴얼 쯤에 불과하였다.


어느 작가의 블로그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글이면 글, 사진이면 사진... 정말 감탄 또 감탄.
세상에 사진을 어쩜 이렇게 잘 찍나.

'지구멀미'라는 아이디를 보건데 
나에게 도시에서의 삶이 피곤하다면  이 작가는 지구에서의 삶에 멀미가 나는가 보다. 
아니면 46억년을 뺑글 뺑글 도느라 현기증 나는 지구를 걱정하는 것일지도...

강직성 척추염은 관절이 굳는 병이기 때문에 스트레칭을 자주 하고 몸을 많이 움직여 줘야 한다. 가장 권장할 만한 운동은 전신 운동이면서 관절에 부담이 적은 수영인데 수영장을 정기적으로 다니자니 아토피 피부염이 또 문제가 된다. 요즘은 척추염의 증상이 꽤 심한 편인데 특이할 만한 점은 집에서 작업을 하는 날은 그 정도가 무척이나 심해져 잠 잘 때 정말 괴롭다는 점이다. 그에 반해 밖에 나가서 일을 하게 되면 일단 집에 있을 때 보다는 많이 걷게 되고 여기 저기 움직이는 일도 많아서 잘 때 통증이 덜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믿을 수 없는 얘기겠지만 나름 한 달 동안의 자가 관찰을 통해 얻은 결론이니 국제 메디컬 학술지에 발표할 필요는 없지만 그냥 일종의 민간 요법 정도로만 숙지하면 되겠다. 사실 여기엔 의자의 역할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가정하고는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조금 더 객관적인 데이타가 모일 필요가 있으니 아직 단정은 이른 것 같고 어쨌든 스스로를 외부로 내 몰 필요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밖에서도 작업할 수 있도록 모바일+노마드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이 결론에 대해서는 다소 인정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반응이 충분히 예상되는 바이다. 물론 나도 요즘 같은 불황에 전자제품을 하나 산다는 것이 얼마나 심사숙고 해야 할 일인지 잘 알고 있는데 그것이 건강에 관련된 것이라면 경제적인 가치 따위는 일단 접어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꼭 넷북이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 지출한 병원비도 얼추 삼백만원이 넘으며 작년에도 백만원 정도 병원에 고스란히 갖다 바쳤으니 이러한 일방적 상납 관계를 끊으려면 작은 단서에도 희망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지금 상태 같으면 염증 수치가 너무 높아서 하루 종일 통증이 느껴지며 그로 인해 잠을 설치기도 하고 극심한 피로에 의욕을 잃기 쉽상이었다. 작년에 맞아서 좋은 효과를 봤던 휴미라라는 주사제가 있기는 하지만 요즘 뉴스에서 휴미라가 너무 약효를 과장한 바도 없지 않으며 암에 걸릴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휴미라를 지금 맞게 되면 애써 접종했던 a형 간염 백신의 2차 접종을 할 수가 없으며 감기에 걸릴 위험이 높기 때문에 가뜩이나 신종 플루가 퍼지는 상황에 그나마 얼마 안 되는 면역력마저 포기하는 것이 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정말 난감한 상황이라 일단은 넷북을 가지고 밖에서 일 하며 몸을 많이 움직여 주는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그럼 뭘로 작업했냐고 묻는다면 1999년인가에 산 나의 ibm노트북이 함께 했다고 답하겠다. 물론 글 쓰는 작업만 한다면 여전히 부족함이 없는 친구지만 일단 모뎀 시대의 산물인 만큼 중간에 이메일 한 번 확인할 길이 없으며 아무리 글 쓰는 용도라지만 가끔 포토샵으로 사진 보정 정도는 해야 하기 때문에 종종 곤란한 때가 있었다. 게다가 어머니께 이 얘기를 말씀드렸더니 '그럼 취직을 하는 게 어때?'라고 하시는데 일단 하루에 맥시멈 8시간 밖에 일 못하는 사람을 어느 회사에서 데려다 쓸 것이며 유무명 여부를 떠나 작가가 되겠다고 맘 굳게 먹고 살고 있는데 응원해 주시던 어머니께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면...)

98년 까지만 해도 매일 같이 진통제를 먹곤 했는데 어느 순간 아픈 증세가 점점 사라지더니 거진 10년 간을 약 없이 정상인처럼 지낼 수 있었다. 이 역시도 학교에 갇혀서 공부만 해야 했던 고등학교, 재수 시절과 자유 분방하게 살 수 있었던 대학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매 수업 강의실을 바꿔야 하고 저녁마다 열심히 당구를 치던 나의 생활 패턴에 병마와 이길 수 있었던 필승 라이프 스타일이 숨어 있는게 아니었을까? 365일 중 360일을 당구장에 있을 만큼 당구에 푹 빠져 살았었고 당구를 쳐 본 사람은 알겠지만 당구는 정적인 듯 싶지만 골프처럼 상당히 다이 주변을 오래 걸어야 하는 운동이다. 오늘 신사동에서 거진 십 년 만에 당구채를 잡아 봤는데 게임 중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구를 친 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탁구장에 가서 탁구까지 열심히 쳤는데 비록 내일 일어나봐야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왠지 낮에 그랬던 것 보다 허리 통증이 가라앉은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 탁구의 효과가 있다면 당장 탁구채를 하나 사서 매일 삼십분 이상 탁구를 칠 용의가 있다. 혼자서 고독하고 부끄럽게 운동해야 하는 헬스보다는 탁구가 훨씬 재밌기 때문이다. 친구가 함께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지만 다행이도 가로수길 선배님들은 구기 종목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사...사실은 여자 친구와 탁구를 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어쨌든 오늘은 강직성 척추염-넷북-가로수길-당구-탁구 사이의 묘한 관계를 조심스럽게 파헤쳐 보았다. 심히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지만 언뜻 시기를 비교해 보면 여자 친구가 있었던 시기에 강직성 척추염은 증세가 약화되었던 것 같기도 한데 넷북이고 운동이고 자시고 간에 여자친구 존재의 여부가 병세의 호전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만약 그러면... 너무 서럽고 불쌍하잖아.  
과연 넷북의 종착역이라 불릴만 한 자태로다.
문제는 종종 그러하듯 이 조개 껍데기를 사자마자 타사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이 한단계 높은 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우에 있다. 어이~어이~ 당신들 현재 제품 개발 상황을 보고해 달라고!!! 
신사동에서 출력한 판넬을 받고, 계산할 때 카드로 결제하거나 현금영수증 요구시 10% 부가세가 청구된다는 얘기에 카운터 직원에게 잠시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가 가랑비를 살짝 맞으며 다산센터에 직접 제출하면서 그동안의 고된 일정이 완료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건축 관련 프로그램도 돌려보고 판넬 제작과 마감이란 것을 하니 감회가 새롭긴 했는데 건축 활동은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입장을 더욱 고수하게 만든 하루였다. 주말에 홈페이지 제작을 마치고 나면 정말로 이제는 글 쓰고 사진 찍고 그림 그리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다. 아주 오랜시간 붙잡고 있었던 관계로 묻는 이들 조차 지겹게 만드는 네덜란드 건축 가이드북 작업을 마칠 수 있는 뜻 깊은 7월이 되도록 각오를 다져야겠다. 또한 설계와 관련된 활동은 없겠지만 혼자 디자인 아이디어를 끄적거리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일은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달팽이 화장실 단면 흐름도

달팽이 화장실
아파트의 입주 전 이벤트처럼 이루어지는 전기 테스트는 꽤나 인상적이다. 타이밍을 놓치고 그럴싸한 장비가 없어서 전체 단지의 건물들이 발광하는 스펙타클을 찍지 못했던 게 여전히 아쉬울 정도로.

주공 3단지가 재건축 된 반포 자이 이후로 또 다른 이슈메이커가 된 구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역시 한동안 경관 조명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었나 보다. 입주 전 모든 층의 불이 꺼져있고 경관 조명과 코어부만 불이 들어온 상황은 기웅이형에겐 또 다른 영감을 주었는지 어제 비오는 오후 커피를 한 잔 하는 자리에서 야경 사진 의뢰를 받았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뭐 되는 게 없는 날인지 카메라 반품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공교롭게도 래미안 퍼스티지의 입주가 바로 오늘이었다. 고로 더이상 기웅이형이 원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영화에서 도시 전체가 암전되는 효과를 연출한 cg팀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아파트라는 것이 단지 자체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느낌도 있겠지만 공사중, 입주 전, 재건축 직전, 철거중일 때 비일상적인 모습에서 전해오는 충격도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흔히 볼 수 없기 때문에 수십년에 한 번쯤 이루어지는 도시적 이벤트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렌즈의 문제인 줄 알았으나 카메라 바디의 문제일 확률이 더 높은 관계로 공식 as센터를 찾으려 했다. 그러던 중 돌다리도 두드리는 격으로 카메라의 정품/내수 여부를 확인해 보았는데 아니 이게 웬걸 정품이라고 해서 구입한 카메라가 어처구니없게도 내수였던 것이다. 카메라 세계에서 정품/내수의 차이는 as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수의 경우는 대부분의 as센터에서 수리를 거부하거나 접수를 받는다고 해도 공임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as정책인지 아니면 한국적인 특징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어쨌든 똑같은 물건인데 한글 스티커가 붙어있냐 아니냐에 따라 대접은 천차만별이다. 아니꼽고 드럽고 치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정품을 사야하고 중고더라도 정품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나에게 물건을 판 사람도 두번째 사용자 이었던지라 당신이 판 카메라는 정품이 아니었소라고 얘기를 하자 마치 너는 사실 입양한 아들이었느니라 하는 정도의 충격을 받은 것 처럼 보였다. 결국 나는 그토록 열망하던 카메라를 구입 후 일주일도 채 안 되어 반품하게 되었고  r-d1s를 구하기 위해 그동안 소모했던 시간, 비용, 에너지를 감안하여 더이상은 이런 일로 진을 빼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무릇 물건이라 할지라도 주인을 고르는 운명을 타고나는 법이니 나는 엡손 디지탈 카메라 r-d1s와는 인연이 아닌 것이다.

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는데, 새로 주문한 카메라 케이스를 오자마자 바로 반송을 시켰고 그 과정에서 받은 송장을 가지고 반품 신청을 인터넷에서 하려고 보니 뜬금 없이 패러렐즈에서 인터넷이 되질 않는 것이다. (맥에서 윈도우를 동시에 쓰고자 할 때 패러렐즈를 사용한다. 현재 맥에서는 인터넷이 되지만 윈도우에서는 잘 안 된다는 얘기)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다 보면 그야말로 넋이 나갈 수 밖에 없다. 일단은 마감이 끝나는 금요일 오후가 되면 그나마 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괜히 블로그 제목을 피로충만도시라고 적은 게 아니다. 긍정적 에너지가 가득한 아오키라도 곁에 있었다면 위로가 되었을 텐데. 현실은 블로그에 억울함을 토해내는 정도가 전부이다. 
레알마드리드가 호날두를 스카웃하듯이 오랜 고민과 장터 뒤지기 끝에 rf 디지탈 카메라인 r-d1s를 영입하는 쾌거를 이룬지 하루가 채 안 되어 테스트샷을 마구 날려보던 중 녹티룩스 렌즈가 전핀이라는 충격적 결과를 알게 되었다. 수리를 맡겨야 하겠지만 수리하러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귀찮고 카메라 샵의 사장님과 수리비에 대한 의견 교환도 필요하겠고 거참 세상 사는 것은 여전히 피곤한 일이로구나. 오늘, 내일은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여행프로젝트 공공디자인 공모전 마감으로 바쁠테고 비는 하루 종일 주룩 주룩 내리니 고양이과도 아니면서 몸이 젖는 것을 싫은 나로서는 이 빗속에 밖으로 나가는 것이 마뜩치 않을 뿐. 근데 또 나가서 일을 하지 않으면 허리 통증이 심해지니 패배를 뻔히 알면서도 경기를 임해야 하는 선수의 심정이랄까. 그나마 '오기사디자인'의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만나게 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더욱 큰 재앙이었을텐데 적어도 블론세이브는 아니라고 위로한다.
다음주쯤에 완공할 예정인 오기사디자인 회사 홈페이지.
소장님의 취향에 맞춰 블랙/화이트/이지/심플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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