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일체를 처분하려는 지인의 부탁으로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자니 TV진품명품의 감정 위원과도 같구나.

엡손의 RF디지탈 카메라 r-d1s로 찍은 사진인데 카메라의 클래식한 감성을 끌어올린 디자인 만큼 결과물도 좋은 카메라이다. 허나 미러리스 시장의 약진으로 찾는 이가 별로 없을 듯 싶다. 이렇게 계륵이 되어버리는 우리 주위의 전자제품들을 어이할꼬.

2012. 5. 31 @이리카페

요즘의 이 비참함을 십 년쯤 뒤에도 기억할 수 있을까?

무엇 때문이었는지,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필요치 않은 것일수록 더욱 잊혀지지 않는 나의 경험들에 비추어 보면

아마 먼 훗날에도 동일한 수준의 씁쓸한 낭패감이 입에 감돌겠지.

그때에도 똑같이 가슴 한 켠을 부여잡고 눈을 감겠지.

가끔 비수가 되어 가슴에 박히는 말이 있다.
압축해서 말하자면, 너는 지금 왜 그러고 있냐는 말이다.
그럴 땐 거꾸로 묻고 싶다.

왜겠어요?
남들과 특별히 다른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나라고 좋아서 이렇게 사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냥 멋쩍은 듯 웃으며 대답을 흐린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이 만화를 처음 접했던 십대 때 보다 훨씬 좋아하게 되었다.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가사가 많이 와 닿을 텐데...

영상 클릭!

一人過ごしてても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도
すぐそばにあなたがいる樣ね
곧 곁에 당신이 있는듯해요
Ah … あなたはまだ
아 … 당신은 아직
こんな氣持わかってないでしょう
이런 기분 모르겠지요
搖れる白いシャツを
흔들리는 흰 셔츠를
せつなくてにらんだりしたけど
가슴아프게 말리고 있었지만
Ah … 少女の日の戀よりも
아 … 소녀시절의 사랑보다도
優しい風が吹く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요

かばう樣に步くあなた
감싸주는 듯이 걸어가는 당신
胸の中陽だまりを感じる
가슴에서 따스함을 느껴요
急がないで 私を好きになってね
서두르지 마세요 나를 좋아하게 되었군요
動き始めた豫感
움직이기 시작한 예감

愛の言葉なんて
사랑의 말 따위는
一言も言ってはくれないの
한마디도 해주지 않는군요
Ah … てれやだって知っていても
아 … 부끄러워서란 걸 알고있지만
半分淋しい
반쯤 쓸쓸해요
何も誓わないで
아무것도 약속하지 마세요
さりげなく愛 してゆきたいの
아무렇지 않게 사랑이고 싶어요
Ah … 聲にしない思いなら
아 ... 말로 할수없는 생각이라면
瞳でささやいて
눈동자에 속삭여주세요

景色の中あなたがいる
풍경 속에 당신이 있어요
それだけで陽だまりが擴がる
그것만으로 따스함이 넓어져가요
微笑いながらあなたについて行きたい
웃으며 당신을 따라가고 싶어요
動きはじめた 豫感
움직이기 시작한 예감

かばう樣に步くあなた
감싸주는 듯이 걸어가는 당신
胸の中陽だまりを感じる
가슴에서 따스함을 느껴요
急がないで 私を好きになってね
서두르지 마세요 나를 좋아하게 되었군요
動き始めた豫感
움직이기 시작한 예감
'요조'에 버금가는 양반과 한 집에 살려니 정말 세상사는 맛이 씁쓸하구나.
정기적으로 이게 무슨 태질인가.

난생 처음, 위로하는 마음으로 손을 꼬옥 잡아드렸더니 어머니는 잠시 우셨다.
상실된 만큼 내가 열심히 살아서 채우겠노라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자신이 없어서 입을 떼지 못했다.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이렇게 버거운데 제발 발목 좀 그만 잡고 인간이 되면 좋겠으나...
이미 8년 전에도 어머니를 울렸음에도 그때보다 더한 짓을 하니
내까짓게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봐야 씨알도 안 먹힐테다.
네덜란드어에는 지소형 명사라는 것이 있다.
지소형 명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원래의 뜻보다 더 작은 개념이나 친애의 뜻을 나타내는 형태'라 한다.

네덜란드어에서 지소형 명사를 만드는 방법은 명사에 특정 어미를 첨가하면 되는데
그 중 tje를 붙이기도 한다.

아무래도 식구중에서는 내가 어머니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편찮으신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는 심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덕분에 수면장애,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고, 또한 3차적으로 탈모가 유난하다.
내가 건강해서 수발을 들어야한다고, 약해지면 안 된다고 거듭 다잡아보지만
이미 내 마음은 젖은 신문지처럼 처치곤란한 상태가 되었다.

일단 소화기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인데
위장을 노크해서 소화 좀 잘 부탁한다고 굽신대고프다.

병든 어미를 보는 자식의 쓰라림이 이정도인데,
열 다섯살 부터 병치레를 하고 있는 나를 보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다시금 헤아려본다.
현재 겪고있는 우울증의 증세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야말로 우울한 감정.
세상만사 삼라만상의 존재만으로도 모두 슬프게 다가온다.
양수속에서 탯줄로 호흡하다가 갑자기 엉덩이를 두드려 맞고 폐호흡을 해야하는 인간의 탄생부터 고통으로 시작하고
그 이후 살면서 겪어야하는 수만가지 고통은 열거해봐야 손가락만 아프니 넘어가겠다.
고통과 번뇌로 인생을 압축하는 불교의 세계관까지 언급 할 것도 없이
디씨인들조차 '너에게 닥친 고난이 아무리 커보이더라도 명심해라, 아직 빙산의 일각이다' 라며 고난의 사다리론을 체득했을 정도니 삶이 어찌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광화문에서 안국쪽으로 걸어가던 길.
이상한 동네 광경들을 보고 저 꼴이 저게 뭐냐며 비난할 때마다 혜진씨는 무덤이라고 했다.
농담이었겠지만, 듣는 나는 '그래 세상은 전부 무언가의 무덤이다' 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과거 속에서 박제가 되어간다는 것.
80~90년대 만화, 영화, 음악을 들으면서 아련한 추억에 젖어 살고있다.
높은 빌딩보다는 낡은 주택이나 학교가 주무대가 되며
걱정거리라고는 조금도 없이 그저 명랑하기만 한 만화 캐릭터들에 감정이입을 하고
그 때는 지금보다 따스함이, 낭만이, 사랑이, 진실함이 있었다며 현재를 열심히 부정하고 있다.
'오렌지 로드', '우루세이 야츠라', '메종일각', '러브레터', 'zard'
이런 류의 창작물들을 처음 접해 즐기던 순간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이 우울한 상황은 그래도 2주전에 비하면 좀 증세가 나아지긴 했으나
근본 원인은 내가 어쩔 수 없는 타인의 운명에서 출발하였기에 당분간 이 상태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떨고, 재밌는 예능 프로를 보면 잠시 잊혀지긴 하지만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뻗고 있는 손을 거두려는 의지를 점점 굳히지 않는 한,
안 그래도 쓸쓸한 겨울을 곱게 보내긴 어려워 보인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는 것.
그것은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좀처럼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네덜란드어 교재를 사면 들어있는 cd를 imac에 넣었는데 컴퓨터가 인식도 못하고 뱉어내지도 못했다.
애플케어가 있으니 귀찮지만 또 수리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며칠만에 dvd 드라이버인 odd가 새 제품으로 교체된 후 오늘 배송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원래 들어있던 cd였다.

"제 cd는 어디있죠? 컴퓨터 안에 있나요?"
"네? cd요?"
배송만 담당하시는 분이라 담당 기사님께 전화를 걸어 여쭤보더니 갑자기 이러신다.
"죄송합니다. cd는 돌려받으실 수 없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가.

이야기인즉슨, 고장난 부품은 그 상태 그대로 (해외에 있는) 공장에 들어가야 하며 그래서 기사는 odd를 감히
열 권한이 없다는 것. 그리고 이미 공장으로 보내졌기 때문에 자신들은 어찌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나는 굉장히 특수한 고장이라 그렇다고 연신 그 뭔지도 모르는 '특수한'이라는 수식어를 강조하였다.
애플코리아 측에 문의를 해 보란다.

그래서 애플코리아에 당장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그들은 또 as를 담당한 하청업체에 연락을 하라 그런다. 그래서 이미 그들의 의견은 들었고
제품은 공장에 보냈다고 한다고 하자, 이미 공장에 보냈으면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아니 그럼 내 cd는요? 그럼 책 한 권 더 사게 돈 주세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따로 고객센터와 상담하셔야 합니다."
"연결해 주세요."

그리곤 한참 연락이 없다. 전산이 다운되었다느니, 대기자가 밀렸다느니, 담당자가 회의를 갔다느니... 이런 식의
대답을 계속 들어야했고 이런 되도 않는 대답을 듣기 위해 나는 기다렸다가 전화하고, 또 기다렸다가 전화하고,
계속 이름 말하고, 상황 말하고, 전화번호 얘기하고 그래야 했다. 누구 똥개훈련 시키냐?

결국 그 놈의 고객센터인지 뭔지 하는 부서와 연락을 취한지 다섯시간 반 만에 통화가 성사되었다.
내가 그 cd가 중요한 것이라 했기 때문에 공장으로 보낸 부품을 다시 회수한다고 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1. 아니 그럼 내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음 자기들 맘대로 내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폐기처분 하는 건가?
2. 아까는 해외에 있는 공장으로 보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으면서 대체 어떤 경로로 되찾아 오는 건가?

어쨌든 현재 상황은, 내일 오전에 회수해서 odd를 부수더라도 뜯어서 cd를 꺼내보겠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럼 혹시 cd가 훼손되면 책임지시나요?"
"저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예측은 하지 않습니다."
"그럼 그동안 이런 증상으로 교체를 받은 고객들이 있을텐데 그들은 모두 내용물을 되돌려받지 못했나요?"
"아마 그럴 것 입니다."
"그게 굉장히 중요한 자료면 어떡하나요?"
"그래서 일반적으로(절대 애플의 의견은 아닌 듯한 강조) 중요한 자료는 항상 백업을 하셔야 합니다."

아니 누구 놀리나? 누가 그걸 몰라?
그럼 복제가 허용 안 되는 음악 cd나 영화 dvd는 어쩔건가. 그리고 백업은 cd만 가지고 하나?
cd를 컴퓨터에 넣어야 백업이든 나발이든 할 것 아닌가.
이거 뭐 겁나서 cd 넣겠냔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제일 화가 나는 것은 왜 고객의 사유 재산을 나에게 일절 통보도 없이 지들 맘대로 돌려주지 않느냔 말이다. 그 이유가 결코 젠틀하게 분해할 수 없는, 그 잘난 애플의 odd 때문이라면 제품 디자인을 다시 하는 게 옳지 않나?
게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적극적으로 전화해서 나를 얼르고 달래도 시원찮을 판에 연락 한다면서 함흥차사인 이 무례한 as 센터의 태도. 애플이란 기계는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자신들도 어찌할 수 없다는 태도. 내가 계속 전화를 하고 화를 내야 뭐라도 액션을 취하는 불성실한 태도에 화가 날 따름이다.

내일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려준다고 했으니 cd의 행방은 아직 알 수 없지만, cd를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애플이란 제품을 십 년 넘게 애용해 온 나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난 이제 더 이상 사람들에게 애플의 구입을 권유하지 않겠다.

하루 뒤, 결론
'운 좋게' odd를 중간에 회수하여 안전하게 분해 후 cd를 찾았으니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그건 고마운데 여차저차한 문제들은 좀 고려를 해 보라고 했다.
애플 공장으로 들어간 것은 무엇이든간에 애플의 소유가 된다는데 만약 백업이 불가능하거나 대여한 미디어의 경우엔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이런 만약의 경우를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론 그러겠노라, 의견 감사하며 그래서 소정의 애플스토어 할인쿠폰을 보내주겠다고 했으나
이들의 as 정책에는 그다지 진전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은 기우가 아니겠지.
어쨌든 cd는 돌려받겠지만 너무나 당연할 것 같은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서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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