쭵쭵 소리를 내며 맛있게 몸단장 하는 고선생.



이렇게 못난 사람이 된 걸까.
수치심으로 가득한 삶에서 끝이 보일까.
내 친구들은 어디 있는가.
진심을 나눌 수 없는 사람들만 만나며
괜찮은 척 하는 것도 질린다.

나는 정해진 매뉴얼을 따랐을 뿐인데 바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네덜란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지인들은 자동차 타고 가고 

그래서 나만 자전거 타고 온 경우


횡단보도 신호 잘 지키는 사람


공연장에서의 줄서기


이중 외톨이가 싫다

간혹 의지와 상관 없이 낯선 곳에 떨어진 것 처럼 낭패다 싶을 때가 있다. 무엇을 보아도 머릿속엔 그 사람이 그려지고 책상 앞에 자세를 잡고 앉아도 떨쳐낼 수 없는 생각들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 희망은 보이지 않고 왜 매번 이런 식일까 자책하다 보면 스스로가 부끄럽고 초라하다. 이렇게 견딜 수 없을 만큼의 회의가 찾아오면 차라리 잠을 청하는 수 밖에 없다. 낮잠까지 자서 긴 밤을 예상했더라도 오늘 같은 순간은 육체마저 협조적이어서 이 더러운 꼴을 보느니 눈을 감고 말지라는 심정으로 덤덤히 전원을 내린다.
너도 굿 나잍. 슬립 타이트.

때로는 사람들이 웃음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웃기만 하면 행복해지고, 건강해지고, 모든 문제가 해결 될 듯이 말이다.

딱히 웃을 일도 없는데 인상 좀 피라는 핀잔을 들을 때면

그리고 별로 웃고 싶지도 않은데 단지 여러 명이 모인 술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분위기에 동조를 해야 하는 상황은 썩 달갑지가 않다.


왜 이유 없이 웃어야 하지?

다른 동물들은 웃지 않아도 제 명에 따라 잘 살지 않는가.

짖거나 우는 게 너무도 당연할 뿐.

식물들 역시 웃지 않아도 누구에게 해를 끼치지 않잖는가.

잔 가지에 바람이 찢어지며 울부짖는 소리가 나도

나뭇잎이 부딪히며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해도

그 조차도 나무의 자연스러운 모습일 뿐.


어머니와 동네 앞을 나서는데 아파트 어디선가 한 여성의 사나운 음성이 들렸다.


"나가!"


아무래도 어린 자녀가 상당한 말썽을 부린 듯 싶다.

나는 심히 못마땅한 얼굴로 어머니께 말했다.

"집이 있다고 너무 하잖아. 가진 거 없는 얘의 자존심을 건들다니."

그러자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너희 형은 엄마가 나가라는 소리를 아주 무서워했다.

뭐, 집 나가면 죽기라도 하는 양, 다시는 안 그러겠다며 막 울면서 손을 싹싹 빌었지. 

그런데 봐라. 지금은 나가라면 더 신나서 나갈게다."

"그렇지. 잘 됐다고 나가서 술이나 실컷 먹겠지."


딱히 나는 기억에 없지만 나역시도 일찌기 출가를 명 받은 적이 있었나 보다.

어머니께서 말씀을 이었다.

"너는 얘, 나가라고 하면 아무 대꾸도 없이 조용히 대문 열고 나갔다.

그래서 한 삼십분쯤 있다가 이 녀석이 들어오지도 않고 어디가서 죽었나 

하고 문을 열어보면 문 앞에 계속 서 있었더랬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결연한 눈빛이 마음을 흔들었다.

가린 손 틈 사이로 보이는, 그 타고난 미소는 없는 기운 마저도 끌어 올렸다.

하지만, 그렇게 한껏 부유했던 감정은 

영원히 반복해야 하는 헤어짐 앞에서 다시 추락하고 말았다.

사람의 감정은 쇠 공과 달라서 

위치 에너지는 운동 에너지와 같다는 자연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듯 하다.

만나면 만날수록 점점 소모되는 긍정 에너지, 그래서 더욱 커져만 가는 불안감.

또 한 번 잘 버텨보자 다짐해본다.

3주만에 M을 만났던 화요일 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공허로 가득찬 몸을 안고 역삼동에서 집까지 걸었다.
그러다 만난 고양이 한 마리.

원래 아이폰에 저장했던 사진이 어디로 날아갔는지 모르겠지만...
자동차 아래에 쭈그리고 앉아 죽어가던 녀석을 찍었다.

저주내린 듯 피부병이 온 몸에 퍼졌고, 며칠을 굶었는지 도망칠 기력도 없을 정도로

녀석은 생과 사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곡예 중이었다.


그 안 돼 보이는 모습에 (유치하게도)내 처지가 오버랩 되었다.

그래서 난생 처음 수퍼에 가서 쏘세지를 하나 샀다.

단돈 오백원 짜리 천하장사 쏘세지.

원래 고양이에게 염분이 많은 음식을 주는 건 안 주느니만 못하지만

곧 숨이 멎을 지도 모르는 녀석에게까지 엄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쏘세지 껍질을 벗기고 먹기 쉽도록 손으로 으깬 뒤 녀석에게 가져가자

어디서 그런 기운이 생겼는지 발톱을 세운 손으로 빠르게 쏘세지를 낚아챘다.

어차피 너를 주려고 산 건데 무엇이 너를 이토록 모질게 만들었니.

아픈 마음으로 녀석의 주변에 쏘세지를 툭 툭 던져 주었다.

순간, 첫 만남에는 미동도 않던 녀석이 먹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너무 허겁지겁 먹어서 인지, 아니면 병든 탓인지 녀석의 입가엔 뿌연 거품이 일었다.


나는 녀석이 배를 채우는 모습을 보고 일어섰다.

손가락에서 화학적으로 구현한 달콤한 돼지향이 풍겨왔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M을 만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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